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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나는 교육 전문가인가?

- 헨리 오사와 타너 <사보트를 만드는 어린 소년>

학생을 과고에 보내고 싶다며 학부모가 찾아오셨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영재입니다.”라며 자녀의 영재성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과제에 대한 집착력이 뛰어나고 머리도 영특하다고 단정하셨다. 수학 학원에서는 학생이 워낙 뛰어나 월반했고, 과학 학원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능력으로 천재라는 말까지 들었단다. 그녀는 갑자기 교육 평등을 주장했다. 아이를 위한 특별 교육을 요구했다. 학부모 말을 듣다가 잠시 자괴감에 빠져 들었다. 영재교육을 20년 넘게 한 나는 학부모 앞에서 영재교육 전문가가 아니었다.


타너는 <사보트를 만드는 어린 소년>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통 나무 신발인 사보트 제작 과정을 가르치는 모습을 표현했다. 아들의 작업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장인이 될 것이다. 산업 혁명으로 19세기 사회는 급변했다. 사람들은 그림 속 잃어버린 옛 모습에 향수를 느꼈다. 타너는 최초 아프리카계 미국인 화가다. 그의 부모님은 아프리카 감리교 성공회 감독으로 봉사했다. 목공이 소재인 이유도 요셉이 목수인 것과 관련 있다. 이 그림은 부모님을 위한 그의 선물이었다. 


과거 장인은 손수 나무를 고르고, 재료를 손질하며, 나무를 잘라 신발 모양을 만든다. 다양한 색으로 신발을 칠하고 시장에서 판매했다. 장인은 전 과정을 수행했다. 신발은 오롯이 장인 손에서 탄생했다. 장인은 자기 신발에 엄청난 애착과 긍지를 가졌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공산품인 신발은 공장에서 분업으로 생산된다. 모든 작업은 최소 단위로 단순화되었다. 한 사람은 하나의 과정만을 반복한다. 상품에는 자기 이름이나 상표를 남길 수 없다. 그 많던 장인은 사라지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 활동도 분업화 및 전문화되었다. 학부모는 더 이상 모든 교육 활동을 학교가 잘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선택권은 학생과 학부모에 있다. 자녀 수준과 개성을 존중해주는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 학생은 학원과 강사를 골라가며 자기가 원하는 교육 서비스를 선택한다. 학교 교육보다 학원 교육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학교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교사와 상담하기보다 학원에 전화한다. 교사의 권위가 설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수업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교사가 강단에 서서 줄 맞춰 앉은 학생에게 강의하던 수업은 구시대 방식이 되었다. 이제는 책상을 옮겨 조별로 마주 보며 학생 주도적 토의와 토론하는 수업 방식을 요구한다. 교육 초점은 자기 생각을 발표할 수 있는 고차원적 사고 능력 개발에 있다. 이런 방식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는 학생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결국 교사, 학생은 동등한 위치에 놓인다. 이런 교육 방식의 변화는 미래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학교 교육이 나아가려는 방향은 학생과 학부모가 요구하는 방향과 지극히 반대다. 학교는 학생의 상대적 가치인 개성을 찾고 미래 사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공간이다. 학원은 결과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며, 그로 인한 대학 진학이다. 학부모의 관점에서 학교 교사는 학생이 원하는 결과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학교는 그저 학원에서 배운 공부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시험장이다. 교사보다 1타 강사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전문가다. 진정 교육은 어디에 있는가?


<사보트를 만드는 어린 소년(The Young Sabot Maker)>

예술가: 헨리 오사와 타너(Henry Ossawa Tanner, 1859~1937)

국적: 미국

제작 시기: 1895년

크기: 120.3×89.8㎝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넬슨-앳킨스 미술관(Nelson-Atkins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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