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의 고구마

사라지는 것은 고구마만이 아니다

by 박동환
사라진 고구마.jpg 고구마가 사라지면서 주변의 온기마저 사라지고 있다

지하주차장 기둥 옆, 아무 이름도 없는 상자가 하나 있었다.
신문지 위엔 고구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누군가 잠시 두고 잊은 걸지도,
아니면 마음 좋은 이의 작은 나눔이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며칠 뒤, 나는 그 상자 앞에서 자꾸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이틀, 사흘이 지나도 상자는 그대로였고,
그 사이 고구마는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하루에 몇 개씩, 조용히 줄어들었다.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눈치채지 않은 채로.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손길,
그걸 조금씩 가져간 누군가의 사정,
그리고 그저 바라보다 지나친 나의 무심함.
이 셋이 어딘가에서 얽혀 있었다.

도시의 삶이란 어쩌면 이런 모습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아픔이나 외로움,
공동의 문제를 보아도 “내 일이 아니니까” 하며 지나쳐 버린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처음엔 따뜻했던 마음도 하나둘 식어간다.

고구마는 공동체의 온도계였다.
처음엔 풍성했지만,
이제는 절반이 비어 있고,
곧 텅 비게 될 것이다.
사라진 건 단지 고구마 몇 알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따뜻함과 책임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빈 상자는 남겨질 것이다.
누군가는 그 앞을 지나며 ‘치워야겠다’ 생각하겠지만,
아마 결국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상자는 끝내,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남는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환하지만,
그 아래엔 점점 더 많은 빈 상자가 놓여 있다.
사람들은 바쁘게 오가며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아무 일 없는 듯, 아무 일도 없는 척하며.

결국엔 모두 사라질 것이다.
고구마도, 주인도, 그리고 그 자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남는 건, 텅 빈 상자 하나와
그 앞을 조용히 지나친 우리의 뒷모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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