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가 아닌 선물,여유

은퇴후 두번째 계절을 즐기며

by 박동환

춘천의 아침은 유난히 고요합니다.
소양강변을 따라 걸으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하루를 열어줍니다.
도시의 소음은 아직 멀리 있고, 강물은 그저 제 속도로 흘러갑니다.

은퇴 후 처음 이 길을 걸을 때, 마음이 조금은 허전했습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왔던 터라, 갑자기 생긴 여유가 낯설었지요.
하지만 며칠, 몇 주를 거듭하며 이 길을 걸으니 알게 되었습니다.
여유란 공허가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선물이라는 것을.

강변 벤치에 앉아 물결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지나간 세월도, 흘러가는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듭니다.
나는 이제 무엇을 쫓기보다, 무엇을 남길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춘천에서의 하루는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깊습니다.
소양강의 물처럼 고요히 흘러가며, 제 삶도 그렇게 두 번째 계절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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