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림이 아니라 곧은 의지로 세월을 견뎌내
바위틈, 흙 한 줌 없는 자리.
누가 감히 그곳에서 뿌리내리라 했던가.
그러나 소나무는 거기 있었다.
비바람과 눈서리를 견디며,
구부러지고 비틀린 몸으로도
푸르른 잎을 놓지 않았다.
세월은 그 몸에 자국을 새겼으나
그 자국은 상처가 아니라 의지였다.
굽은 가지는 하늘을 향했고,
뒤틀린 줄기는 오히려 곧았다.
나는 묻는다.
왜 이토록 척박한 자리에서
자신을 묻고 살아가는가.
그러나 소나무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푸른 잎으로 바람을 흔들며 말한다.
“나는 다만 서 있을 뿐이다.
이 자리에서, 이 생으로.”
그 순간, 깨닫는다.
나의 삶도, 나의 시간도
저 소나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럼에도 나는 희망한다.
언젠가 나도 저 나무처럼
묵묵히, 고고히,
세월을 견디는 생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