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셰프와 K-푸드, 그리고 한류

드라마 한편이 만든 세계의 식탁에 주목한다

by 박동환
화면 캡처 2025-09-23 101424.jpg

“요즘 폭군의 셰프가 중동에서 장난이 아니에요.”

얼마 전 중동 출장을 다녀온 아들이 전해준 말이다. 현지인들이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며, 한국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하겠냐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그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한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담아내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폭군의 셰프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연스레 20년 전, 광풍처럼 몰아쳤던 드라마 대장금을 떠올렸다. 당시 대장금은 80여 개국에서 방영되며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렸고, 배우 이영애 씨를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세운 작품이기도 했다.

대장금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명확했다. 궁중요리의 섬세한 손길, 한복의 우아한 곡선, 그리고 예절과 가치가 담긴 장면들이 낯설지만 따뜻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한국의 삶과 정신이 전 세계에 전해진 순간이었다.

이번 폭군의 셰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사극의 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요리사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현재나 미래로 이동하는 시간여행)을 통해 해 전통 식재료로 퓨전요리를 완성한다는 설정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조선의 장과 채소, 곡식이 서양의 조리법과 만나 파스타, 스테이크, 슈니첼, 북경오리로 거듭나는 장면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교차점”을 보여주며 K-푸드를 다시금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불러내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들의 성공도 같은 맥락이다. OTT 플랫폼에서 선보인 흑백요리사는 경연 형식의 긴장감과 유명 셰프들의 참여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 단순히 요리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요리라는 무대를 통해 드라마적 긴장과 인간적인 서사를 만들어냈다. 이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요리가 곧 문화이자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을 증명해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한국 음식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인만의 식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를 품고, 시청각적 즐거움을 담아내며,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한 끼의 식사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그들의 마음을 열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K-푸드 열풍은 단순한 유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한류 드라마와 음악, 영화와 맞물려 한국 문화의 전체적인 영향력을 넓히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이 된다. 음식은 언제나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문화이고,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경험이기에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이 뜨거운 인기가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드라마, 영화, 음악과 결합된 융합 콘텐츠, VR·AR을 활용한 가상 체험 프로그램,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이런 전략들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한때의 유행’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가 될 수 있다.

음식은 언어를 초월한다. 국적도, 세대도, 신분도 넘어서는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문화 언어다.

이번 '폭군의 셰프'의 성공이 단순한 드라마의 인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가 전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한류의 새로운 20년을 열어가야 한다.

이전 07화유튜브. 약일까? 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