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08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이다. 조금 전에 집에 들어왔다. 목적지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데는 대략 한 시간이 걸렸다. 오늘도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밤 10시 30분쯤이었다.
아직 책도 읽지 않았고, 글도 써야 하고, 영어 복습도 해야 했다. 운전을 하며 오는 동안 ‘이걸 언제 다 하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선순위를 정하자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어 복습을 하자. 조금 늦게 자면 되지. 그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래서 지금,
그 순서대로 하나씩 해내고 있다.
예전의 나는 달랐다. 술에 취했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가 세운 원칙과 목표를 너무 쉽게 포기하곤 했다. ‘이게 뭐 그렇게 중요해?’라는 말로 스스로를 속였고, 하나씩 빼먹다 보면 어느새 아예 손을 놓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또 잊어버리고, 한동안 하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마음먹고 하겠다고 정한 일들이다. 불가항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만큼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들이 쌓이면 결국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것도, 조금 뒤 영어 복습을 하는 것도 이상하게 설렌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삶이 바뀌는 순간에는 늘 대단한 사건이 등장한다. 큰 결심이 있고,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다. 아무리 대단한 결심을 해도 그것을 반복할 힘이 없으면 삶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자기가 쓰는 언어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긍정의 언어를 쓰면 삶도 조금씩 그 방향으로 기운다. 반대로 부정의 언어에 익숙해지면 생각도, 감정도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마음먹는다고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것도 이미 몇 년 전 일이다. 시도했고, 실패했고, 다시 시도했다. 그렇게 반복하다가 지금의 내가 되었다.
언어가 바뀌니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니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건 내가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연구와 경험이 말해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짜증 나”, “힘들어”, “귀찮아” 같은 말들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거는 작은 저주일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 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언어 습관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을 들을 때 먼저 “그럴 수 있겠다”라고 말하고, 그 다음 내 생각을 덧붙이는 것. 그 작은 순서 하나만 바꿔도 대화의 온도는 전혀 달라진다. 논쟁은 줄어들고, 상대는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요즘 들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변화를 조금씩 느낀다. 특별히 잘해서라기보다는 그저 많이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오늘도 모임에 초대를 받아 함께 저녁을 먹었다. 술자리는 있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은 이야기를 잘 들어준 것, 그 정도였다. 자리를 먼저 뜨려 하자 주차장까지 배웅을 나와 주셨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삶이라는 무대는 결국 연습의 연속인 것 같다. 오늘의 그 자리는 나에게도 하나의 연습장이었다. 아직 완성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남기는 인상만큼은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가.
이 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잠들기 전 한 번쯤 생각해 보아도 좋겠다.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어 감사드린다. 당신의 무안한 삶에 조용한 안녕이 깃들기를 바란다. "좋은밤 되시길!"
오늘은 여기까지다.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