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그리고 내가 버린 것들

by 재윤

오늘이 금주 100일째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염치없게도,

독자님들께 축하를 받고 싶었다.

술을 안 드시는 분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그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는, 정말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사건이었다. 지난 글에서도 여러 번 썼지만, 나는 알코올 의존이 있었다. 의존이든, 중독이든 이름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나는 술을 통해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그 사실이 핵심이었다.


중학교 때 호기심으로 술을 처음 만났고,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 몰래 마셨다. 성인이 된 뒤부터는 거의 쉬지 않고 마셨다. 그때 내가 즐겨 하던 말이 있다. “신은 물을 만들었고, 인간은 그 물로 술을 만들었다. 그리고 술은 친구를 만든다.” 지금 생각하면 참 그럴듯한 자기합리화였다. 신은 술을 만들라고 물을 만든 게 아니었다. 우리가 우리의 약함을 견디지 못해 술을 만든 것이었다.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친해진 것 같아도, 그 관계가 깊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비슷한 습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였을 뿐이었다.


100일. 숫자로 보면 길지 않다. 그래서 솔직히 이제는 이 숫자를 세는 것도 조금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더 신기한 건, 지금은 술 생각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매일 다짐했다.

“오늘은 절대 안 마셔.”


하지만 저녁이 되면 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내가 있었다. 아침이면 속이 쓰렸고, 자기혐오에 빠졌고, “나는 왜 이러지?”라고 스스로를 저주했다. 운전하다가, 저녁 메뉴를 고르다가 술 생각이 나면 나 자신에게 욕을 하면서도 결국 편의점으로 향했다. 정신과 약도 먹어봤고,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고, 운동으로 버텨보겠다고 미친 듯이 달려보기도 했다.


사업이 무너졌을 때도,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도,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늘 술이 곁에 있었다. 지금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던 순간이다. “나 술 안 마셔.”라고 말하면서, 통화 너머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있었던 나.


그녀를 속였을지는 몰라도, 나는 나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어도,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중독의 무서움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술 없는 100일을 보냈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 술은 없을 거라고, 나는 단언한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속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는 사람과 친구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술을 강요하는 사람과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이 마시는 건 그들의 자유이고, 내가 안 마시는 것도 나의 자유다. 각자의 선택대로 살면 그뿐이다.


우리는 수많은 중독 속에 산다.

술, 쇼츠, 인정 욕구, 일, 성취, 비교, 관계….

무엇이든 지나치면 우리를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적당히 하면 되지.”


하지만 솔직히, 그 ‘적당히’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겉으로는 멀쩡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었다. 어떤 중독은 ‘조절’이 아니라 ‘단절’이 필요하다. 완전히 끊어내야만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당신은 무엇에 묶여 있는가?

술일 수도 있고,

영상일 수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당신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면,

그건 반드시 돌아봐야 할 신호다.


이 말이 꼰대처럼 들릴까 봐 여러 번 쓰다 지웠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살아보니, 거저 얻어지는 건 없었다. 깨지고, 부딪히고, 아파야 비로소 진짜 열망이 생겼다. 우리가 원하는 삶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야 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시도의 한 장면을 살았다.

금주 100일.


완벽해서가 아니다.

대단해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 길이 쉬웠다라고 말하지 않겠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당신이 한 걸음만 내딛는다면, 그 다음 한 걸음은 생각보다 덜 외롭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이렇게 말할 날이 올 것이다.


“나, 해냈다.”

오늘은 그 말을 내가 먼저 해본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이 말을 하게 될 날을 나는 조용히 응원하겠다.


오늘도 그저 감사함 속에 산다.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