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싱가포르로 출장을 간다. 작년 8월에 오픈한 매장이 조금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2호점 오픈에 관한 내용과 밀키트 사업도 함께 진출하기 위해 미팅이 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던 내가 해외 사업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혼자만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조력자들이 있고, 그들 덕분에 나도 함께 그 영광을 누리고 있다.
내가 그렇게 치열하게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도 조금이나마 그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이 기회가 왔을 때, 나는 어떤 준비가 있었는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그간 한국에서 여러 번의 창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와 경험들이 분명 도움이 되었을 테다. 거기에 영어까지 더했다면 얼마나 폭발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내가 너무 아쉽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내 가치를 세상에 입증하는 일이다. 보잘것없던 실패자에서 이제는 어엿이 해외까지 사업의 영역을 펼쳐 나가는 사람. 세상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 혼자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으면 그만이다. 시선을 온전히 내 안에 두는 지금이 너무 감사하다. 비행기표를 예약을 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만날 사람이 있고, 반겨줄 친구들이 있다.
2월 말은 이사를 간다. 지금 지내는 곳에 처음 왔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아직 빚도 못 갚고 파란 박스 3개만 덩그러니 들고 왔었는데, 지금은 이삿짐이 제법 많이 생겼다. 짐을 하나씩 체크를 하다 보니, 80%가 쓸데없는 물건 들이다. 1년이 지나도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은 버려도 무방하다. 허영심에 샀던 소품들, 내 부족한 자존감을 채워주기 위해서 질러댔던 옷가지들. 이번에 싹 정리할 참이다.
생각해 보면 박스 3개였을 때도 난 잘 살아냈다. 지금도 하루 일과를 찬찬히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게 아니라 그냥 삶이 점점 검소해진다. 물론 나도 좋은 데서 살고 싶고, 편리한 문명에 맞춰 살고 싶지만, 이 몸뚱이 하나는 사실 그렇게 많은 게 필요 없는 게 팩트다.
이사를 결심한 것도 사실...
떠나간 친구 덕분이다. 내가 있는 곳이 조금 초라해 보였나 보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나도 애써 외면했지만,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진심에 사실 나도 마음이 많이 상하긴 했었다.
그래도 그런 결심을 하게 해준 건 고마운 일이다. 떠나며 참 많은 것들을 남기고 갔다. 덕분에 내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내 삶에 나를 최우선으로 올려놓게 되었다. 그리고 환경을 바꾸고, 공부하며 맑은 정신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금이 내 삶에 전성기다.
예전에 나는 심리학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딥하게 파고든 건 아니고, 심리 관련 책을 열몇 권 읽은 게 전부이긴 하지만, 사람의 심리가 정말 궁금했다. 그때는 메타인지가 없어서 그저 타인에 마음에 중심을 두고 알고 싶은 욕망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가 참 궁금했던 거 같다. 이놈에 불안은 어디서 오는 거며, 나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는 건지.
솔직히 심리학을 공부하고 책을 아무리 읽어대도 잘 모르겠더라. 더욱이 남들의 심리를 안다고 해서 내 삶이 뭐가 달라지겠는가. 다크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다 중간에 그만두면서 깨달았다. 왜 나는 매번 시선이 타인에 가있는가. 내가 진짜 알고 싶은 게 정말 타인에 마음인 건가.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더라.
최근 나에게 유독 관심을 끄는 글을 써주시는 명리타마스터이건슬님의 글에도 조용히 댓글로 고백했지만, 올해는 나와 친해지기로 한 해다. 그래서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온통 내가 좋아하고 내 몸에 건강한 행동들과 생각들로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금주의 효과로 살이 빠졌고, 하루 매일 팔굽혀 펴기와 복근 운동을 통해 몸도 탄력적이다. 2년 동안 껴온 교정기도 빼고 나니 얼굴 형도 조금 갸름해졌다. 자만이 아니라. 은근 슬쩍 대시하는 분들도 있더라.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내 삶에 집중을 한다. 삶의 태도가 달라지니,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음을 느낀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이 책은 이타심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책 내용의 해석이 다 다를 수 있어,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이렇게 평가한다. 한동안 이 책에 빠져서 독서모임에서도 이타심에 대해 주야장천 주장했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책이 틀렸다.
이 문장을 내뱉는 나의 의견을 그냥 한 사람의 비판적 사고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타심이 있기 전에 분명히 이기심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은 봉사와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건 맞다. 다만 그 봉사와 도움을 주기 이전에 스스로가 바로 서야 한다. 스스로가 바로 선다는 건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가장 먼저라는 말이다. 내가 먼저 채워져야 그 채움이 넘쳐 다른 사람도 돌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다.
물론 이 책의 후미에는 이런 의미가 나오지만, 독자가 이 책을 끝까지 집중해서 읽지 않는다면 아마 이타적 관점에서 머물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의 구성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싶은 거다. 불현듯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글을 쓰다 보니 엄한 책한테 울분을 토했다.
마지막으로 나, 당신이 어쩌면 미처 붙잡지 못했을지도 모를 사랑의 정의를 말해보고 싶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랑은 만나서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건 사랑의 겉모습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내가 조금 부족해도, 상황이 좋지 않아도, 단점이 드러나도,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어른들의 사랑이 참된 사랑이라고 믿는다. 수많은 고비를 함께 버티며, 다사다난한 삶을 지나오며 쌓아온 우정은 때로는 어떤 로맨스보다 깊고 단단하다. 만약 이것저것 재고 따지다 사라질 사랑이라면, 조건을 계산하는 것도 틀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기혼자라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아도 좋겠다. 나는 배우자에게 그런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내 곁의 사람은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는지 말이다. 연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다만 여기서도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다. 아무리 깊은 사랑이라도, 서로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 먼저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 곁에, 당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줄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충분히 성공했다. 그들과 오래, 그리고 따뜻하게 함께하시길 바란다.
매일이 축복 가득한 날이다.
당신의 오늘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라며.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