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이제 겨우 4개월이 되었다. 골프를 시작한 지도 두 달 남짓이다. 영어학원에서 만난 제이콥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는 영어를 꽤 잘한다. 교포가 평가하기를, 해외에서 2~3년 정도 살아본 사람 수준이라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했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입시를 거치면서도 나보다 훨씬 오랜 시간 영어에 노출되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영어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담당 선생님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분은 내가 힘들거나 지칠 때마다 늘 같은 말을 해주신다. “어떤 성취든 반드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뻔하고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사실 나도 이 나이가 되도록 그 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알고 있다’는 착각만으로 전부를 아는 척했던 것 같다.
제이콥은 분명 나보다 훨씬 오랜 시간 영어에 노출되어 있었다. 반면 나는 이제 겨우 4개월, 온전히 집중해서 공부해 본 것이 전부다. 물론 그전에도 여러 번 시도는 했지만, 이렇게 진득하게 매달린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골프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나는 골프를 친 지 약 두 달, 제이콥은 이제 네 달 차에 접어든다. 우리는 스크린 골프를 두 번 함께 갔다. 첫 번째는 내가 한 달 차일 때였다. 제이콥은 세 달 차였고, 나는 근소한 차이로 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 두 번째로 함께 쳤다. 그날 나는 90타, 제이콥은 103타였다. 내가 이겼다.
이 이야기를 자랑하려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나는 매일 3~4시간씩 골프 연습을 했다. 제이콥은 일주일에 2~3번 정도 연습했다고 했다. 물론 운동을 좋아하는 성향과 그렇지 않은 성향의 차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건 분명했다. 내가 한 달 동안 쏟은 절대 시간이 제이콥이 보낸 세 달의 시간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결국은 절대 시간이었다.
빠델이라는 운동이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해외 매장 출장을 갔다가 현지 친구들을 통해 처음 접했다. 테니스와 비슷한 라켓 스포츠다. 골프 레슨을 받는 선생님께도 빠델 이야기를 했었다. 그분이 관심을 보이셔서 주말에 함께 치자고 했고, 두 번 함께 갔다. 하지만 이후로는 더 이상 약속이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빠델이 재미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골프 선생님은 골프 프로다. 수십 년을 한 가지 운동만 해온 사람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온몸의 근육이 골프에 맞게 세팅된 사람이다. 눈을 감고도 공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숙련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순간적으로 프로에서 초보자가 된다. 어떤 분야에서 정점에 있던 사람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그 과정이 얼마나 버겁겠는가.
사실 도전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건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것을 잠시 내려놓는 일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절대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두렵다. 망설여진다. 주저하게 된다. 이미 한 분야에서 정점에 선 사람도 이런데, 일반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잘하는 건 그냥 계속 해라.”
결론적으로, 어떤 배움이든, 어떤 성취든, 반드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 글을 읽는 누구나 공감할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남는다.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이다. 사실 그 시간을 견디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지루하고, 하기 싫을 때도 많다. “도대체 이걸 얼마나 더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묻고 싶다.
여러분은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
어쩌면 나도 요즘, 매일 비슷한 루틴 속에서 조금 지루함을 느끼고 있어서 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글쓰는 구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