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고백.

by 재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사이에서 늘 한 가지가 조용히 고개를 든다. 결핍이다. 그 결핍은 때로 욕망이 되고, 때로는 나를 깎아내리는 비하가 되었다가, 또 어떤 순간에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열정이 된다. 결국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무엇을 바라볼지,

무엇을 붙잡을지,

무엇을 내려놓을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린 친구들을 볼 때면 결핍이 올라온다. 반대로 덩그러니 고독 속에 서 있을 때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도 결핍을 느낀다.


이 감정이 불편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나는 분명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나는 행복한 가정도, 반려자도 없지만, 그들처럼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기에 얻은 여유가 있다. 그리고 그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도 내게는 있다.


내면이 단단해지려면 도대체 얼마나 아파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고통스럽고 힘들어해야 어떤 일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분명 이 감정도 내일이면 조금씩 옅어질 것이다. 예전 같으면 그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해 술잔을 들었을 텐데,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문득 100일 만에 처음으로 술 한 잔이 떠올랐지만, 곧 그 생각을 지웠다.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이 마음과 싸우고 있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잘 버텨왔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도, 채워지지 않은 결핍 앞에서는 또다시 자책한다.


지금은 그 자책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이렇게 글로 적어 내려가는 중이다. 정면으로 마주하니 심장은 빨리 뛰고, 머리는 띵하다. 귀한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는 것이 싫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예전보다 아주 조금은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버티는 내성이 생겼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감정을 마주하고 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감정이 들 때 글이 잘 써진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단어들이 쏟아져 내려와 문장이 된다.


책을 읽다 덮었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나는 왜 항상 이렇게 혼자여야 하는 걸까.
왜 이렇게까지 아파해야 하는 걸까.

너무나 고통스럽다.


아프다...
힘들다...


이렇게 적어본들 결국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건 내 마음이다.


몇 시간만 더 지나면 잘 시간이 온다. 그 시간이 흐른 뒤, 내일 아침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한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타자기를 멈추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 감정에 휩싸일 때 생기는 장점이 하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보잘것없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운전하다 누군가 끼어들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흘려보낸다. 누군가 어깨로 나를 밀쳐도, 내가 먼저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상대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다. 감정에 잠길 때, 오히려 다른 것들이 무뎌지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해외에 있는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의 아내는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몇 달 동안 연락이 끊겼던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래도 삶의 끈을 붙잡고 있었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니,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비로소 조금 이해가 된다.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에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마음을 다친 사람이 많은 걸까...


지금 행복하다고 해서, 나중에도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다. 이건 내가 살아오며 배운 진실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힘들다고 해서 나중도 힘든 건 아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


글을 억지로 “괜찮다”는 말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마음을 여러 번 진정시키려 했지만,
되지 않는 것을 꾸며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써 내려가 보니, 글조차 이 감정을 완전히 덜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감정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이 감정과 맞서겠다. 그리고 내일은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돌아와 다시 글을 쓰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다짐은 이것뿐이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