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망치고 싶다면, 그냥 달려라.

내가 달리기를 말하는 이유?

by 재윤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실어요. 다 놓고 싶어요."

며칠 전 지인이 문득 내게 보낸 메시지였다.


그 사람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도, 관계도 미래도 그를 붙잡아주지 못했다. 하루하루 무너지고 있었고,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달리기'를 꺼낸다.


"그럴 땐... 뛰어보는 거 어때요?"


나는 달리기가 마음을 구한다고 믿는다.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행위 같지만, 그 안엔 생각보다 더 많은 힘과 진심이 담겨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산다. 해야 할 일, 못한 일, 비교, 후회, 걱정...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머무는 동안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마음은 점점 닫혀간다. 그럴 땐, 몸이 먼저 나서야 한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변하면, 생각도 따라간다.


심리학자들도 말한다. 감정은 행동을 바꾸면 바뀐다. 뇌는 우리가 뛸 때 '도망치는 중'이라 착각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생존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전환한다. 달리기란 단순한 행위가 우리의 뇌와 감정을 리셋해 주는 셈이다.


나 역시 그랬다.


사업에 실패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던 날들이 있었다. 몸도 마음도 망가졌고, 도망칠 곳도 없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새벽에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 단 10분만 달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뛰고 나면 살고 싶어졌다. 몸이 땀으로 젖고,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머릿속은 점점 더 맑아지고, "그래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매일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어섰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그깟 달리기로 인생이 바뀌겠어?"


그 말도 일리는 있다. 달리기 하나로 모든 게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달리기를 '시작'하는 그 마음이다.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 나를 움직이는 감각, 그게 삶을 바꾸는 첫 단추가 되어준다.


만약 달리기가 어렵다면, 걷기부터 해도 좋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루틴을 만들기 시작한다. 루틴은 나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다. 당신의 하루를 지키기 위한 첫걸음, 그게 바로 달리기다.


나는 그래서 달리기를 이야기한다. 힘들 때, 지칠 때, 아무도 곁에 없을 때.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올 때, 우리는 무언가에 기대야 하니까. 그 기대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도 된다. 운동화 끈을 매고, 문을 열고, 한 발짝 내딛는 그 작은 움직임. 그걸 반복하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누구보다 강한 나로 돌아올 수 있다.


달리기는 나를 버텨낸 시간이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말 없는 친구다.

힘든 시간을 보낸다면, 지금 뛰어라.


글 쓰는 재윤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모님 때문에 너무 힘든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