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위한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부모는 언제나 자식을 위한다고 말한다. 자식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자식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그런데 왜 그 사랑이 그녀에게는 굴레처럼 느껴지는 걸까? 왜 그녀의 삶은 그녀의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것이 되어버린 걸까?
어릴 땐 몰랐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하면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을 가고, 부모님이 좋다고 하는 직장을 선택했다. 모든 걸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됐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부모님의 기대는 끝이 없었다. 하나를 이루면 또 다른 걸 원했다. 취업을 했더니 이제는 더 좋은 직장을 가라고 했고, 연애를 했더니 배우자가 부족하다고 했다. 심지어 내가 뭘 입고, 어떤 스타일을 하고, 주말에 어디 가는지까지 간섭했다. 부모님의 기대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됐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잃어버렸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혼자 여행을 가고 싶었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너 혼자 어디 가려고 해? 위험하게?"
"엄마, 아빠랑 같이 가면 되잖아. 가족이 최고야."
그녀는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님이 일정을 관리했고, 누구와 만나는지 체크했다. 친구들의 연락처까지 남겨야 했고, 부모님이 납득할 이유가 없으면 아예 나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도 자유롭지 않았다. 그녀가 번 돈인데도 부모님이 재테크를 해 준다며 가져갔다. 생활비를 내는 건 당연한 거라고 했다. 처음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자신을 키워줬으니 보답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 명절, 생일, 가족 행사까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자 부담감이 커졌다. 본인이 번 돈인데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조차 부모님 뜻에 맞춰야 했다. 그녀가 만나는 사람이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집안이 어떤지, 부모님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겨우 그런 사람 만나려고 우리가 널 키웠냐?"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부모님의 작품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었다. 용기를 내서 부모님께 말했다.
"엄마, 아빠. 나도 이제 성인이에요. 제 인생을 제가 선택하고 싶어요. 제가 만나는 사람, 좋은 사람이에요. 제발 저를 믿고, 제 인생을 응원해 주시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용기를 내어 건넨 한마디에 부모님은 화를 냈다. 울부짖었다.
"우리가 다 너 위해서 이러는 거야. 이제 머리 컸다고 엄마 아빠가 우스워?"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다. 이러려고 너를 열심히 키웠나 싶어."
그리고 대성통곡하며 말했다.
"그냥 우리만 없어지면 되는 거야. 우리만 없으면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모든 게 무너졌다.
"나는 부모님을 배신한 걸까?"
"부모님을 버리는 걸까?"
"사랑하는 가족을 외면하는 건 잘못된 걸까?"
죄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 살면, 나는 평생 내 삶을 찾지 못할 거다."
부모님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를 기대하며 내 삶을 희생하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 더 이상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나를 희생하지 않겠다.
부모님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죄책감을 이겨내야 한다. 죄책감이 든다고 해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내 자유를 위해, 내 삶을 위해, 나는 나를 지킬 것이다.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계속 부모님의 뜻에 맞춰 살 것인가, 아니면 내 인생을 살 것인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수많은 그녀들에게 말하고 싶다. 만약 당신도 지금 고민하고 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달라.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게 죄가 아니다. 하지만, 당신 인생을 저버리는 건 죄다."
당신의 인생을 살아라.
그게 당신의 선택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