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힘들 때 어떤 위로가 필요한가?"
몇 년 전의 일이다. 친구와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차 안에는 평소와 다르게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평소 농담도 많고 밝던 친구가 유독 창밖만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친구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부모님과의 갈등 때문에 요즘 너무 힘들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기에, 나 역시 그의 부모님을 잘 알았다. 친구네 가족은 밖에서 볼 때는 완벽히 화목한 가족처럼 보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그렇듯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아픔들이 있었다.
솔직히 내 가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친구의 이야기가 더 내 마음을 건드렸다. 섣불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의 말을 하나하나 들어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억지로 담담하려 애쓸수록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 나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내 목소리는 작고 떨렸지만, 차 안을 가득 메운 그 한마디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게 울려 퍼졌다. 몇 분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괜히 말을 잘못 꺼낸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을 때쯤, 친구의 눈에 맺힌 눈물방울이 빰 위로 떨어졌다. 친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
"고맙다."
그 순간 친구는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필요했던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아무런 해결책도, 뻔한 조언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마음을 그대로 인정해 준 한마디였다.
우리는 가끔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현실적인 충고를 쏟아내고, 또 어떤 사람은 같이 울거나 화를 내준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진정한 위로는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저 상대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지금 힘든 그 상황이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조금은 서투르더라도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
그 작은 행동들이 따뜻한 한마디가 때론 그 어떤 거창한 위로보다도 큰 힘이 된다는 걸 나는 그날 배웠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이나 힘든 상황,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당신 탓이 아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니까. 이 한마디가 오늘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혹시 지금 당신 곁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오늘은 조용히 이 말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