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살아온 당신에게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눈치 빠르고, 착하고, 상처 주지 않고, 늘 먼저 웃으며 배려하는 사람. 그게 옳은 것 같았다. 그게 '사랑받는 사람'의 조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원하는 것' 보다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을 것'을 먼저 생각했다. 내 기분보다 남의 기분을 먼저 살폈다. 모두가 괜찮다고 할 때, 혼자 울컥해도 조용히 뒤돌아 웃었다.
그래야...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야... 버림받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자주 접었다.
서운해도 괜찮은 척,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늘 괜찮다고 말했다.
"괜찮아, 이해해. 나 진짜 괜찮아."
다만, 그 '괜찮음' 속에서 나는 조금씩, 천천히 부서지고 있었다. 근데 사실...
나도 한 번쯤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나도 서운해"
"나도 아파"
"왜 나만 참아야 해?"
"왜 나만 맞춰야 사랑을 받는 거야?"
그런 말 한 번 꺼냈다가, 혹시나 "예민하다"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귀찮은 사람"이 될까 봐 나는 또 입을 다물었다. 참고 또 참고, 또 참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었다. 그건 그들이 편해할 만한 내 껍데기였다. 진짜 나는, 가끔 질투도 하고, 사소한 말에 마음도 다치고, 혼자 울다가 지쳐 잠드는 그저 외롭고 서툰 사람일 뿐인데...
나는 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달라고 말할 수 없었던 걸까. 왜 나는 늘 누군가에게 맞추는 방식으로만 사랑을 구걸했을까.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며 조용히 눈물이 났다. 무너져 있는 나를 처음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너. 그렇게 애썼구나."
"정말 오래도록 버텨줬구나."
"이제는 나도 사랑받아야 해."
그때 처음으로, 내가 나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아무도 몰래.
아무 말도 없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를 깎아내지 않으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늦게나마, 조금씩 믿어가고 있다.
내가 조금 어지럽고 모난 사람이라 해도, 내가 서툴고 부족하다 해도, 그 모습 그래로 소중하다는 걸 내가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괜찮은 척, 착한 척, 괜히 웃고 있다면 이 말 하나 꼭 남기고 싶다.
"당신,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이다.
이미 충분히, 많이, 오래 아팠으니까."
당신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