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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그리고 나.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 인간

by 재윤

"나는 왜 존재할까?"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거울을 보면서, 혹은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왜 살아 있지?"라는 질문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대해 아주 특별한 대답을 해준 책이 있다. 바로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다. 이 책은 과학 책인데, 사실은 우리 삶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


유전자는 우리 몸의 설계도?

먼저, 유전자라는 게 뭘까? 우리 몸은 세포라는 아주 작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세포 안에는 DNA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DNA가 바로 유전자의 집이다. 유전자는 눈 색깔, 키, 피부색, 성격, 심지어는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까지 정하는 '설계도' 같은 역할을 한다.


도킨스는 이 유전자를 아주 특별하게 봤다. 그는 유전자가 마치 스스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존재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유전자가 우리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때로는 행동까지도 조종한다고 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의 진짜 뜻

책 제목이 이기적 유전자라고 해서, ""사람이 다 이기적이라는 말이냐?" 하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도킨스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여기서 "이기적"이라는 말은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하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새가 알을 낳는다. 그런데 그 새가 알을 따뜻하게 품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엄마 새라서'가 아니다. 도킨스는 그 행동이 알 속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유전자는 자신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우리는 모두 자기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친구를 돕고, 동생을 챙기고, 때로는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기도 한다. 왜 그럴까?


도킨스는 이런 행동도 유전자의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족을 돕는 행동은 그 가족 안에 같은 유전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와 동생은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동생을 돕는 건 곧 '나의 유전자'를 도와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또, 친구를 돕는 행동은 '네가 도우면 나중에 그 친구도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걸 '상호 이타성'이라고 부른다. 결국, 겉으로는 착한 행동 같아 보여도,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생명은 유전자의 생존 게임

도킨스는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사람, 동물, 식물 모두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만든 껍데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을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말을 들으면 조금 기분이 이상할 수도 있다. 마치 우리가 우리 자신이 아닌, 유전자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킨스는 이런 관점을 통해 생명의 진짜 모습을 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왜 사랑하고, 경쟁하고, 도와주는지 그 근본 원인을 유전자로부터 찾아보자는 것이다.


밈(Meme), 유전자 말고도 복제되는 것들

이 책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개념이 나온다. 바로 '밈(Meme)'이라는 것이다. 밈은 유전자가 아니라 문화 속에서 복제되는 정보다. 예를 들어, 유행하는 노래, 웃긴 말, 인기 있는 춤 이런 것들이 다 밈이다. 이 밈도 유전자처럼 퍼지고 살아남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요즘 우리가 유튜브나 SNS에서 자주 보는 밈이라는 단어가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도킨스는 인간은 유전자의 복제뿐 아니라, 생각과 문화도 복제하고 전파할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줬다. 하지만 모두가 이 책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너무 유전자 중심으로 생각하면, 사람의 감정이나 자유의지를 무시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또 "사람은 단순한 유전자 기계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도킨스도 이런 비판을 잘 알고 있었고,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짓는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유전자가 중요한 역학을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든 게 유전자의 뜻이라면, 나는 아무것도 못 바꾸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킨스는 인간만큼은 유전자의 명령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생각이 있고, 선택이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것!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 안의 유전자가 얼마나 놀랍고도 치밀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유전자의 영향 속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은 과학 책이지만,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철학 책 같기도 하다.


나는 단순히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


그걸 깨닫는 순간, 우리는 유전자의 이야기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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