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4월에 접어드니, 참 바쁘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내 본업도 다시 활기를 띤다. 내 본업은 요식업이다. 물론 나는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보다 요식업으로 버는 돈이 훨씬 많다.
그러니 작가라는 건 본업이라기보다, 취미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는 누가 "작가님" 하고 부르면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글을 쓰고,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어엿한 작가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다. 그냥 나는 내 꼴리는 대로 살고 있을 뿐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삶을 살아가는 데 주저할 이유는 없다. 나는 글 쓰는 게 좋다. 내 책 『우아한 실패자』에서도 언급했지만, 글을 쓴다는 건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정말 좋은 습관이다. 뇌 활동뿐일까.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어지럽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때로는 쓰는 동안, 내가 몰랐던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고 공감해 줄 때. 그 순간 느껴지는 뿌듯함과 따뜻함은, 그 어떤 성취보다 더 깊게, 나를 울린다.
봄이 오고, 거리마다 분주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내 진짜 본업인 장사 트레이닝도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지금이 바로 창업의 적기다.
요식업 창업의 황금기는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바로 3~4월이다. 봄에 가게 문을 열어 여름 초입까지 매출을 끌어올리고, 그 관성을 타고 가을까지 가야 한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겨울이 오면서 손님이 확 줄어든다. 추운 계절에는 사람들이 밖으로 덜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그 흐름을 무시하고 장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4월이면 늘 분주하다. 새 가게를 준비하는 사장님들과 미팅하고, 메뉴를 짜고, 인테리어를 잡고, 오픈 일정을 맞추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창업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 요식업 창업은 특히 그렇다. 하나만 잘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종합예술 같은 분야다. 음식 맛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서비스만 좋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위생, 홍보, 고객 관리, 회계, 입지 선정, 상권 분석, 직원 관리까지. 수십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게 장사다.
그런데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음식만 맛있으면 손님이 알아서 온다."
"요즘은 SNS만 잘하면 돼."
"나도 가게 하나 해볼까?"
그럴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렇게 단순한 일이라면, 왜 1년 안에 문 닫는 가게가 그렇게 많을까. 나도 수십 곳을 창업시켜 봤고, 내가 직접 창업해서 망해본 경험도 있다. 하고 또 해볼수록, 장사는 어렵고, 정답은 없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겸손해진다. 한 가게, 한 브랜드를 오픈할 때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손은 떨리고, 밤잠은 설친다. 장사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고객과의 소통이자, 세상과의 대화다. 늘 긴장하고, 늘 배워야 한다. 늘 자신을 점검하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그게 장사를 살아남게 하는 힘이다.
요즘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감사함을 놓치지 않으려 더 애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감사할 일을 세 가지 떠올린다. 특별한 날에는, 매출이 잘 나왔다든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로 감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에는, 언제나 똑같은 감사를 한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40대가 되니 알겠다.
삶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숨 쉬는 것, 걷는 것,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글을 쓰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살아간다는 건, 거창한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다.
젊을 때는 늘 미래를 생각했다. 언젠가는 성공할 거야,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거야, 그런 생각으로 하루를 쌓아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일은 약속된 게 아니다. 살아 있는 오늘이, 내게 주어진 전부다. 그래서 오늘에 집중한다. 오늘 바쁜 만큼, 오늘 감사한 만큼, 오늘 살아 있다는 이 기적에 깊이 고개를 숙인다.
4월은 분주하다.
거리도, 마음도, 삶도 활기를 띤다.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휙휙 지나가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도 살아냈구나. 오늘도 버텼구나. 오늘도 이렇게 작은 이야기를 쓸 수 있구나. 그 사실이 고맙다. 그 사실이면 충분하다.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냈습니다.
내일도 그렇게, 살아보겠습니다.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