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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by 재윤

어떤 날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할 때가 있다. 속은 엉망인데 웃어야 하고, 마음은 무너졌는데 말짱한 얼굴로 버텨야 한다. 회사에서는 실수하면 안 되고, 친구들 앞에선 쿨해야 한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몸을 던지면, 그제야 쥐고 있던 마음의 실이 툭 끊어진다. 나는 그런 날들을 여러 번 지나왔다. 멀쩡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삼키곤 했다.


그럴 때, 내 곁에 있던 한 사람이 조용히 말한다.

"그냥 안 괜찮아도 돼. 오늘은 그런 날일 수도 있어."


그의 말 한마디에 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무너지는 동시에,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그 어떤 조언보다도, 그 한마디가 나를 붙잡아줬다.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지만, 그 말 덕분에 다음 날 아침을 맞을 힘이 생겼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말없이 견디는 시간이 더 많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건 어쩐지 부끄럽다.


그래서일까.

"네가 힘든 걸 알아"

이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


물론 누군가는 말한다.

"그런 말이 무슨 도움이 돼?"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맞다. 세상은 그대로다.

문제도 그대로다.

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사람은 문제보다, 고립감 때문에 무너진다. 그럴 때 건네는 말 한마디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신호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누군가 지쳐 보이면 묻는다.


"요즘 좀 어때?"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도 말해준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다시 살아낼 수 있다. 그 한 사람 덕분에,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요즘... 좀 어떠한가?"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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