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에게 보내는 편지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해도 돼."
"에효~ 또 감정 상했어?"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철컥하고 닫혀버린다. 나는 그냥, 진심으로 신경 쓴 건데. 그 사람의 표정, 말투, 숨겨진 마음까지 다 느껴졌을 뿐인데...
그래서 오늘은 말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F들에게. 그렇게 많이 느끼는 나와 당신, 그게 약함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너만의 '특별함'이라는 걸.
나는 F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논리보다 분위기, 정답보다 진심이 더 중요하다. 결정의 순간에는 '이게 옳을까?'보다 '누가 상처받지는 않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몇 번씩 고민한다. 타인의 감정에 쉽게 흔들리고, 깊게 물드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나를 '예민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세상이 점점 무뎌지고 있을 뿐이라는 걸. 회사에서 누군가 표정이 어두우면 마음 한쪽이 덜컥 내려 않는다. 친구의 한숨, 연인의 말끝, 가족의 작은 변화에 내 감정도 함께 출렁인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게 신경 쓰면서 살면 힘들지 않아?"
"맞다. 힘들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살면, 감정의 무게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무게가 곧 우리의 깊이다. 그 깊이 덕분에 누군가는 위로받고, 그 감수성 덕분에 누군가는 살아간다.
예전에 내 친구가 한 말이 있다. 혼자 조용히 앉아 있던 그 친구에게 "괜찮아?"라고 짧은 인사를 건넸다. 다들 바빴고, 아무도 몰랐다. 그냥 그렇게 안부를 물어준 건 나뿐이었다.
한참 뒤, 그 애가 내게 말했다. "그날, 네가 나한테 말 안 걸었으면 무너졌을지도 몰라." 그때 깨달았다. 내 감정의 안테나는 때론 누군가를 위로하는 구명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정보다는 논리, 감성보다는 효율이 중요한 시대다. 세상은 T형에게 조금 더 유익하게 흘러가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F들은 자꾸만 위축된다.
"나만 이상한 걸까?"
"내가 너무 감정적인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자. F는 T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숫자 사이의 감정, 말과 말 사이의 진심, 침묵 속의 눈물. 우리는 '사람'을 본다.
그래서 난 이렇게 살아가기로 했다.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상처받아도, 그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긴다.
감정이 복잡할 때는 글로 풀어낸다.
나처럼 섬세한 사람들과 연결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내 마음을 내가 먼저 인정한다.
세상이 원하는 사람은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 존재일지 몰라도, 사람들이 진짜 기대고 싶어 하는 이는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F인 너와 나, 우리의 감정은 선물이다.
그렇게 많이 느끼고 반응하는 당신,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는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될지도. 그러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마음껏 느껴라.
그게 바로 너니까.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