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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살아가는 중이다.

by 재윤

가끔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아니, 가끔이 아니다.


요즘은 늘 그렇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잘 안 든다. 사람들이 말하는 '의미' 같은 거, 요즘 나한텐 별로 없다. 출근하고, 사람들 만나고, 말은 한다. 웃고, 고개 끄덕이고, 공감하는 척도 한다. 근데 진짜 나는, 그 자리에 있지만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술을 끓어서 그런가 싶다. 예전엔 속이 뒤집히면 한 잔 마셨고, 그렇게라도 툭툭 털어냈는데, 이젠 그게 안 되니까 모든 감정을 생으로 받아야 한다. 맨 정신의 감정은 너무 크고, 피할 데가 없고, 그래서 더 무섭다.


사람들이 모른다. 아니, 애써 모른 척한다. 나는 '늘 뭔가 하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 끊임없는 계획, 열정 있고, 살아 움직이는 사람. 그래서 더 말 못 한다. 이렇게 무기력해졌다고, 사실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말하면 "너답지 않다"는 표정을 지을까 봐. 그래서 그냥 말 안 한다. 입 다물고, 그냥 하루를 또 넘긴다.


요즘은 점점 고립되어 간다. 전화도 덜 오고, 모임도 안 나가게 되고, SNS도 손이 잘 안 간다. 근데 이상하게 그게... 좀 편하다. 내가 뭐 하고 있는지, 뭘 느끼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솔직히 외롭긴 하다. 가끔은 그 조용함이 너무 깊어서 무섭기도 하다. 근데 이상하게 시끄러운 것보단 이게 낫다.


아침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오늘은 뭐 하지?" 근데 곧 이어지는 생각은 이거다. "뭘 해도 별 의미 없겠지." 그래도 또 몸을 움직인다. 머리는 '가만히 있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몸은 어느새 세수를 하고 있고, 커피를 내리고, 일하는 척이라도 한다. 어쩌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밤이 되면 괜히 옛날 추억들을 들여다본다. 그땐 웃고 있었지. 그땐 뭔가에 꽂혀 있었네. 그땐 세상이 조금은 덜 무거웠던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마음 한편엔 이런 생각은 남아 있다.


"언젠가는 이 시기를 '그때 진짜 힘들었지'라고 말하며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 희미한 가능성 하나에 나는 오늘도 나를 끌고 간다.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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