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되는 시간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켰다 껐다. 알람은 꺼놨는데, 자꾸만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노트북을 켰다. 속에는 울컥한 감정과 씁쓸한 마음이 공존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자꾸 귓속을 맴돌 뿐이다.
별일 아닌 줄 알았던 일들에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붙잡힌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버텼지만, 불 꺼진 방 안에서야 비로소 솔직해진다. "괜찮아"라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사실 난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그냥 넘기자 했던 감정들이 밤이 되자 더 또렷해진다.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쓴다. 억울함도, 서운함도, 미련도 감춰두지 않고 써 내려간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애매한 감정들...
그럴 땐 종이가 가장 좋은 위로가 되어준다. 글은 나에게 가장 조용한 친구다. 말없이 들어주고, 판단 없이 받아준다. 내가 무너질 때, 그 조각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한다. 밤은 길고,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다 쏟아낸 줄 알았는데도 또 남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아무 일도 해결된 건 없다.
그저 그렇게 버티는 중이다.
당신도 나와 같은 그런 밤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괜찮은 줄 알았던 마음이 생각보다 많이 아팠던 날.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위로도 잘 와닿지 않는 그런 밤.
괜스레 예전 대화를 떠올리고, 이미 지나간 상황에 '그땐 왜 그랬을까'하고 자책하게 되고. 다들 잘 지내는 것 같고, 나만 멈춘 것 같고. 그래서인지 난 더 조용해진다. 더 말이 없어지고, 더 안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써 내려가 본다. 내 안에 웅크린 마음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누군가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지금만큼은 내가 나를 놓지 않고 있으니까.
아무 일도 해결된 건 없지만,
난 그저 이 밤을 통과하는 중이다.
말없이.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