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멈춰버린 당신에게
"야, 너 진짜 못생겼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툭 내뱉은 그 한마디.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내 마음은 그 순간 얼어붙었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고, 나도 그저 웃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말이 떠올랐고, 나의 외모 콤플렉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난 거울 보는 게 싫어졌다.
얼굴을 들이대기만 해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못생겼다."라는 친구의 말.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는 항상 뒷줄로 숨어들었고,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아예 마스크를 끼고 다니기 시작했다. 감기 때문도, 미세먼지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내 얼굴이 싫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였지만, 내 안의 나는 점점 작아졌다. 발표 시간에도 늘 쭈뼛쭈뼛. 혹시나 누가 나를 보고 흉보진 않을까, 그런 생각에 괜히 말수가 줄었다. 친구들끼리 웃고 떠들 때도 마음 한편엔 늘 "나는 저기 낄 자격이 없어"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나는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유튜브에서 화장법을 찾아보고,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도 이것저것 발라봤다. 아침마다 한 시간씩 거울 앞에 서서 최대한 단점을 가리려고 애썼다. 곁으로 보기엔 자신감 있어 보였을지 모르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위축되고, 도망치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그건 분명, '나를 위한' 가꿈이 아니었다. '예뻐 보이면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않겠지.' 단지 그 생각 하나로 나를 꾸몄다. 결국 또다시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분명 더 예뻐졌다는 말을 듣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허전했다. 내가 나를 좋아해서 꾸민 게 아니라, 남들이 나를 좋아해 줬으면 해서 꾸민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였을까?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피부에 좋다는 제품 대신 진짜 내게 맞는 걸 찾게 되었고, 메이크업으로 감추는 것보다 나만의 분위기를 살리는 방법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외모를 가꾸고, 남들을 신경 쓰며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좋은 말을 나에게 건네는 연습,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연습.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는 나를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 그 말 한마디는 내 마음에 깊은 흉터를 남겼지만, 지금의 나는 그 흉터 위에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래 이제는 조금은 알 거 같다. 나를 가꾸는 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더 좋아하고 싶어서라는 걸.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넌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그리고 네가 널 사랑하는 순간, 그게 가장 빛나는 거야."
그래,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사실 이 이야기는 내 친구 미정이의 이야기다. 아무도 모르게 오래 혼자 견뎌온 그 시절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 미정이의 이야기. 그런데 말이다. 혹시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진 않은가?
사람들 틈에서 자꾸 작아지고, 어느 순간부터 나조차 나를 인정하지 못했던 시간들. 혹시 당신도 마음속에 작은 '미정이를 안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바란다.
이 글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그 수많은 미정이들에게 닿기를 그리고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당신, 바로 이 이야기를 살아낸 주인공에게 마지막으로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