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살면서 '책임'이라는 이름의 짐을 짊어진다. 처음엔 작고 가벼운 가방 같았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평범한 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졌고, 언젠가부터는 무거운 배낭처럼 어깨를 짓누르게 되었다.
처음엔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 정도는 누구나 지고 살아.”
“이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겠지.”
하지만 책임의 무게는 단순히 어깨에 느껴지는 무거움만이 아니었다. 가끔은 그 무게가 너무나 외로워서 고독하게 느껴지곤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이름의 책임을 진다. 어떤 이는 부모로서, 어떤 이는 사업가로서, 또 누군가는 자녀로서 그 무게를 견딘다.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하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 생각. 그 무거운 생각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숨이 턱 막히게 만들기도 한다.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조언한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가끔은 내려놔.”
하지만 애초에 그 짐을 그렇게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책임이란 내려놓기도, 쉽게 나눠지지도 않는 종류의 짐이기 때문에 더 괴로운 것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본다.
'이 무게를 짊어진 내가, 지금의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라면,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가슴을 펴본다. 비록 지금 어깨 위의 짐이 무겁고 힘들지라도, 이 길을 선택한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무게가 누군가를 위한 든든한 그늘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면, 조용히 내 짐을 다시 바라본다. 혹시 누군가가 놓고 간 짐까지 내가 대신 짊어진 것은 아닐까? 내 책임과 타인의 기대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책임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질 때, 그 무게를 견디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왜 이 짐을 처음 짊어지기로 결심했는지, 처음의 이유를 떠올리는 것이다.
처음엔 사랑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꿈을 이루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지키고 싶은 소중한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유를 다시 기억해 낸다면, 짐의 무게는 똑같을지라도 내 마음은 조금은 더 가벼워진다. 책임을 다하는 자신에게 스스로 작은 위로를 건네며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오늘도 어깨 위에 놓인 책임이 무거운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겁다는 건, 당신이 도망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우리는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다.
그렇게 버티고 견뎌내는 우리의 생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나의 생은 이미 아름답다.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