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다. 일어나 글을 쓴다. 술을 마셨다. 요즘은 술을 마시면 오히려 잠을 못 잔다. 몸이 피곤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깨어 있는 듯한 기분. 머리는 무거운데, 감정은 흐트러진 채로 떠다닌다. 몇 시간쯤 자다 깨면 이불속이 아니라 생각 속에서 깨어난 느낌이다.
사실은 마시고 싶지 않았다. 대리비가 아까워서, 혹은 괜찮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니까 괜히 혼자 흐름 깨기 싫어서, 그러다 보니 어느새 또 잔을 들고 있었다. "안 마셔요"라는 말이 왜 그렇게 어렵고, 또 조심스러운지 모르겠다. 왜 우리는 늘 분위기를, 타인의 시선을, 나 아닌 것들을 먼저 챙기는 걸까.
그러다 보면, 나라는 사람은 점점 작아지고, 흐려지고, 결국 이렇게 밤에 깨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다. 예전에는 술 없이는 잠을 못 잤다. 지금은 술 때문에 잠을 못 잔다. 참 아이러니하다. 몸이 변한 걸까, 마음이 바뀐 걸까. 아니면, 이제는 핑계가 안 통하는 시점에 와버린 걸까.
그래. 술을 마신 것도 나고, 이 깨어 있는 시간도 내가 만든 거다. 억울할 것도, 남 탓할 것도 없다. 그냥 오늘은 그런 밤이다.
어쩌면 이 글도, 숙취의 일부일지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