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그렇다.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글을 쓰는 것도, 영상을 만드는 것도, 도대체가 왜 해야 하는지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첫 번째 든 생각은 내가 게으른 걸까? 였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이렇게 무기력한 건 아닐까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게 다는 아닌 거 같다.
누군가를 공감하려고 애써봐도 마음이 따라주질 않는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마음이 느껴져서 같이 울컥하기도 하고, 같이 웃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저... 피곤하다.
왜 이렇게까지 남을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나 싶다. 어쩌면 그 사람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제대로 이해해 줄까 싶기도 하고.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요즘은 정말 살면서 '사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는 게 뭘까?'
도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떤 정의도 내리기가 어렵다. 각자의 이해 속에 살아간다지만, 그 이해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 다르게 살아가는데, 그 다름을 인정한다면서도 정작 내 마음은 이해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이란 게 뭘까?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집에서 살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차를 타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고, 그게 정말 행복일까? 사실 나도 안 해봐서 잘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하나? 결국엔... 모두가 공평하게 죽음을 맞이할 텐데.
그래! 그렇다면 이 치열함은 왜 필요한 걸까? 나의 시간과 나의 생각이 누군가를 위해 쓰인다 한들, 과연 의미가 있을까? 내가 힘들게 쌓아온 것들이 누군가에게 가닿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 줄까?
나는 그냥 피로하다.
사실 나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건지,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뭔지, 어릴 땐 분명히 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꿈조차 흐릿해져 버렸다. 그때는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다 이루어도 의미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들도, 막상 눈앞에 오면 왜 이걸 바랐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허무감만 더 크게 느껴진다. 어릴 땐 다들 꿈을 꾸라고 했다. 크면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대답했다.
'나는 이걸 할 거예요.'
'나는 저걸 이루고 싶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꿈이 그냥 꿈으로만 남았다는 사실이 두렵다. 꿈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현실은 꿈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남은 건 '그럼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라는 물음뿐이다. 애써 의미를 붙여보려 해도 붙여지지가 않는다.
'우울증인가?' 싶다가도 '무기력증인가' 싶다가도 그런 생각조차 귀찮아진다. 병원에 가서 다시 상담을 받아볼까 싶다가도 그조차 의미가 있을까 싶어진다. 결국 내 마음을 이해하는 건 나 자신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 역시 내가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렵다. 내 마음속엔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라는 말만 맴도는 것 같다. 성공을 해서 뭐 하나,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나? 이루고 싶은 것도, 이뤄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래도 노력해야지'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 노력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역시 난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하기 싫다. 그 어떤 노력도... 난 그저 피로하다.
계속 방황하다 보면 이 방황에도 언젠가 끝은 오겠지. 그때는 지금의 나를 조금은 웃으며 바라볼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보다 더 큰 방황을 하고 있을까? 살다 보면 때로는 의미 없는 하루가 계속될 때가 있다.
그냥 아침에 눈뜨고, 출근하고, 일하고, 밥 먹고, 집에 돌아와서 휴대폰만 들여보다가 어영부영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 하루가 내 인생에서 정말 의미 없는 하루였을까?
... 잘 모르겠다.
그냥 살아가는데 자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내가 피곤하다. 나는 결국 이렇게 글을 쓰면서라도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꺼내보려고 애쓰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글을 쓴다고 해서 내가 나를 완전히 이해하게 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렇게 무기력한 지, 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는 알게 되지 않을까? 그 언젠가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긴 글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간만에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