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 그래~

Let them!

by 재윤

요즘 도통 서점에 가질 못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거기까지 가는 그 길이 가끔은 참 멀게 느껴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 때가 있다.


이상하게도 요즘은 이런 날이 잦았다. 별일도 아닌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설명을 혼자서 몇 번이나 되뇌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은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 몸은 가만히 앉아 있는데, 에너지는 이미 다 써버린 느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하루를 살아본 적 있을 거다.


책은 내 삶에 이정표 같은 존재라고, 나는 자주 말해왔다. 그래서 더 부끄러웠다. 몇 주 동안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읽기 싫었던 것 같다. 핑계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더 말하면 구차해질 것 같아 그만둔다. 그냥 멀어졌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교보문고를 어느 날은 단숨에 뛰어 들어갔다. 대단한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더 미루다 보면, ‘나는 원래 책 읽는 사람’이라는 말조차 스스로에게 변명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집어 든 책이 The Let Them Theory였다.


직역하면 어색하다. ‘그들이 하게 둔다.’ 두 달째 영어 공부를 하며 배운 게 있다면, 영어는 절대 직역하면 안 된다는 거다. 의미는 단어가 아니라, 그 말이 쓰이는 태도에 있다. 그래서 내가 이해한 Let them은 이거다. "내버려 두자." 조금 더 한국말로 하면, "그러라 그래."


이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 많은 것에 에너지를 쓴다. 남의 말, 남의 시선,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판단과 평가. 특히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싶어 안달이 날 때가 그렇다.


나도 그런 날이 많았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하고 싶고, 오해는 풀어야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지는 것 같아서. 그런데 돌이켜보면, 설명한다고 해서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대신 남은 건 피로감뿐이었다.


그래서 "그러라 그래"

이말이면 충분하다.


그만 붙잡으라고.

그만 애쓰라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내 하루를 쓰지 말라고.


이건 체념이 아니다.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쓸데없이 새는 에너지를 다시 나에게로 돌려놓는 태도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독자가 분명 30명이었는데, 지금 보니 29명이다. 한 분이 어디로 가셨다. 왜 나갔을까. 글이 별로였나. 말이 길었나. 잠깐 생각하다가, 혼자 웃었다.


그러라 그래.


남아 있는 당신이 있다면,

조용히 읽어줘도 좋고,

괜찮다면 구독 버튼도 한 번 눌러줘도 좋다.

안 눌러도 괜찮다.


진짜로.

그러라 그래. :)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__)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