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늦지 않은 약속?

by 재윤

파일 하나 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고작 파일 하나 때문에 두 시간을 매달렸다. 이러다 또 오류가 나면, 나는 정말 크게 분노할 것 같다. 오늘도 집에 있기가 뭐해서 카페에 나와 앉았다. 어제도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문득, 내가 실패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리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단어 하나.


‘반복’.


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걸 좋아한다. 그만큼 말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내뱉은 말들을 나는 얼마나 지키며 살아왔을까. 이 질문 앞에서는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변명을 하나 하자면, 실패하면 무너지고, 낙담하고,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뒤 나는 또다시 도전해 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진짜 하고 싶은 건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난 책을 냈다. 그리고 책은 잘 팔리지 않았다. 실망이 컸다. 친구들은 ‘구작가’라며 응원해줬다. 내 친구 중에 작가가 나왔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줬다. 고마운 말이었지만, 그 칭찬이 묘하게 부담이 되기도 했다. 책이 조금 더 팔리고, 내가 조금 더 유명해져서 언젠가 북콘서트를 여는 날이 온다면 모를까. 물론 아직도 그런 상상을 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이 있다면, 나는 꽤 열심히 끌어당기고 있다.


그래도 인세는 받았다. 정말 ‘맛만 본’ 정도였다. 입맛을 다시게 만들 누구 코에도 붙이지 못할 만큼의 작은 금액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흘렀고,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다. 금주를 실천하고 나서부터 놀랍게도 글에 대한 영감이 자주 떠오른다. 띄엄띄엄 쓰던 글도 조금 더 자주 쓰게 되었다. 최근 내 글을 꾸준히 읽어보는 사람이라면 느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도 문장력이이 꽤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휴대폰 메모장에 몇 편의 글을 써서 저장해 두었다. 영감이 자주 떠오르고, 그걸 놓치는 게 아까워 길을 걷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가 내려야 할 층을 놓친 적도 있다. 한 번 책을 써봤으니 두 번째는 더 쉬울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마음을 먹기까지는 정말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틀어박혀서 글만 써야 하고,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그 시간이 유독 괴로웠다. 그래도 분명한 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보다는 내 글쓰기 근육이 조금은 자랐다는 점이다. 정말 굼벵이처럼, 아주 천천히, 사람을 미치게 할 만큼 느리게 그래도 조금은 발전했다. 쌓이니 늘긴 느는 모양이다. 혹시 오래전부터 내 글을 읽어봐 준 구독자가 있다면 이전 글과 지금 글의 차이가 느껴지는지 댓글로 한 번쯤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26년에는 오래 전, 생각만 하다 실패했던 장사 관련 책을 쓰는데 다시 도전해 보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가장 잘하는 건 결국 장사였다. 그걸로 빚도 갚았고, 돈도 벌었고, 삶을 버텨냈다. 좋아하지 않아도, 잘하는 건 맞는 셈이다. 이런 생각들이 뒤섞이던 중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문득 유튜브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내추럴하게. 진정성을 담되, 보여진다는 걸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은 채로.


요즘 나는 자의식이 조금씩 해체되는 기분이다. 과거를 반성하기도 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인생에 또 한 번 큰 시련이 찾아와서이기도 하지만, 이전의 시련과는 어딘가 다르다. 부족한 건 채우고 잘하는건 더 날카롭게 다듬으려는 노력이 나를 또 한번 성장시킨다.


이런 변화 속에서 나는 ‘조언’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유튜브 속 이야기들, 부모의 잔소리, 선배들의 경험담. 그 이야기들이 과연 내 삶에 중요할까 고민해 보면, 사실 대부분은 도움이 된다. 어쩌면 시간을 크게 줄여줄 수 있는 주옥같은 말들도 많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꼭 특별한 위치에 있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행동하는 건 아니다. 나도 곧잘 말하는 편이지만, 내 조언을 들은 사람들이 삶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왜일까?.


내 권위가 약해서일 수도 있다. 그 또한 맞는 말이다. 원래 모든 문제는 나에게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일단 내 탓으로 돌리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이제야 하나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그 조언을 받아들일 상태가 아닐 뿐이라는 것.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그랬다. 부모님이 장사하지 말라고 말릴 때 나는 듣는 척만 했고, 결국 도전했다가 망했다. 수억의 빚을 지고, 10년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내가 만났던 회장님, 사장님, 대표님들의 말이 얼마나 값졌을까. 친구도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조언을 해줬다. 그때의 나는 듣고 있는 척만 했을 뿐, 대부분 흘려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정말 그 자리에 서 보니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 환경에 노출되고 나서야 발버둥 치며 겨우 살아냈다. 당신은 어떤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이야기를 흘리지 말라는 강요가 아니다. 안 들어도 된다. 당신의 시간이 오면, 그때 깨달아도 늦지 않다. 다만 조금 더 빠르게 가고 싶다면, 누군가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면 그땐 그냥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에 조언은 더더욱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나는 일주일에 영상 하나를 올릴 생각이다. 장사에 대한 인사이트를 블로그에 계속 쓸 것이다. 영어 공부는 매일 할 거다. 오늘 내가 두 시간을 붙잡고 씨름했던 그 파일은 사실 유튜브 영상을 하나 찍은 결과물이었다. 다시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긴 첫 장면. 그래서 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2026년 한 해가 끝날 무렵, 내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루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 할 수 있었구나’하는 희망을 스스로에게 건네고 싶다. 실패하면 조금 쉬다 또 하면 되겠지. 카페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덮고 나니 아까 그 분노도, 조급함도 조금은 사라져 있었다. 오늘 하루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도망치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