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내담자를 위하여~

상담사 자립기-1

by 이고요


상담을 하면서 나 역시 상담을 받는 심정은 꽤 짜릿하다. 현재는 하나뿐인 나의 내담자에게 나는 상담사 노릇을 하면서 한편으로 '나도 내담자다'


나는 얼마 전까지 조직에서 많은 내담자들을 상담했다.

상담실에 돈을 내고 찾아오는 내담자가 아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안전함 비슷한 게 있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오고 시간에 맞춰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들이 원하면, 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실전이다. 상담이 끝나고 바로 비용을 받는 것에 뭔가 난감했다. 민망하달까?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어필하고 광고하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내 이력만 내보이면 와~하고 몰려들 정도도 아닌지라 나는 더 수줍고 부끄러워진다.


하나뿐인 내담자는 내 친구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자녀와의 양육 고민으로 심리 검사 해석 상담이었지만 자연히 개인상담으로 이어진 케이스!

비용 측정부터 장소 등 세팅해야 할 부분이 막연했다.


소개한 친구를 생각해서 만족스러운 비용을 제시하고 싶고, 내가 제공할 장소가 없는지라 출장으로 다니기로 했다. 50분 상담을 위해서 왕복 1시간 30분을 쓴다는 게 비생산적인 거 같다고 할 수 있지만 겸사겸사 친구 얼굴도 한 번씩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이제 내가 자립하여 사회 진출을 하나? 묘한 기대를 갖게 했다. 물론 나는 부정적인지라 이것 역시 한낱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계심은 풀지 않았다.


회사가 주는 월급을 받으며 상담을 하다가, 내담자에게 즉각 받는 상담비는 더 황송하다. 좀 황당한 표현인데 진짜 내가 노동을 해서 버는 느낌? 플러스 고도의 집중을 요한다. 그것은 [실전]이라는, [혼자]라는 생각이 주는 감각 덕분이다.


어떤 울타리도 없다. 물론 회사가 전적으로 상담사인 나를 보호하며 지켜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는 혼자니까. 혼자 실행하고 감당해야 하는데, 상담이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면 내담자는 내게 가차 없을 테고. 마음을 더욱 단디 먹어야 한다.

뭐가 되었든 나는 그대를 존중하니까.


이 상담마저 끊기면 나는 다시 상담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된다. 어딘가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다.

세상에 살포시 나를 얹은 거 같지만, 앞으로 상담사로 어떻게 자립하고 돌파해 갈지 모르니 수동적인 답답이, 등신이 따로 없는 기분이다.


다만 단 한 명의 나의 내담자에게 집중한다.

지금은 더욱 그분에게 맞추고 싶다. 시간도 많고 얼마나 여유로워~

이 상담을 완주한 후 내게 또 다른 내담자가 생길지, 길을 만들어갈지, 나 자신이 내담자 신분으로만 남을지 알 수 없다. 물론 기대도 불신도 의미도 없다.


그냥..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

이 시작조차 없었다면 가당치 않을 것들 아닌가?

단 한 명의 내담자가 내게 안긴 생각과 세상에 홀로 선 느낌은 실로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 크고 넓은 세계에 여전히 작고 초라함을 느끼는 나는, 안전망도 지원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돈다.

혼돈 그 자체다. 사실은 나 역시 불안하다...

있지, 나도 내담자잖아...

잠깐!!! 내가 서두에 쓰고 이걸 놓치네~


나 혼자 아니잖아. 나도 나의 상담사가 있다고~

그러니까. 이런 내가 지지받고 용기를 내어

넓은 이 세계도, 내담자의 세상도 내 어딘가 한편에 품어보는 거지.


같이 가볼 일이다, 같이 배우며 성장하자고.

서로가 위안이기 전에 스스로 위안하고 인정하는 방식을 터득하며 가자고. 그게 먼저니까.


왠지 내가 엄청 크게 느껴진다.

여전히 내 작은 세계는 복닥복닥 소란스러울지라도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면 구조선이 보일지, 섬이 보일런가, 또 다른 신대륙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나 홀로 헤매는 게 아니라 함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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