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많이 자랐나요?

추워지니까 교복 입던 옛 생각이 나는데 지독해.

by 이고요

오늘따라 찬 바람이 나를 스친다.

그 바람결에 학창 시절 어딘가로 나를 데려갔다.
그때의 사연이 생각난 것은 아니었다.


매섭게 춥던 어느 날 겉옷 없이 교복만 입고

오슬오슬 떨던 기억. 그때는 그게 멋이었다.

겉옷도 입지 않고 혈기로 다니는 것이.

요즘은 옷을 몇 겹을 입고 목도리까지 둘러야

안심이 된다. 몸가짐에 변화는 생겼는데...

학창 시절 나의 불안하고 위험한 생각에서

현재 나는 자유로워졌을까?


여전히 불안한 세계에서 흔들리며 불편한 생각을

안은 채로 사는 것일까?

아무래도 후자인 듯하다.

추위에 맞서던 나는 추위를 방어하기 위해 애쓴다. 혈기가 빠지고 나니 나약함이 보인다.


어린 시절이든, 학창 시절이든 형성된 생각의 틀은 추위과 더위를 견뎌내며 강해졌을까? 나약해졌을까? 유사 질문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서 힌트를 얻었다.

아무래도 생각은 강해지지 못한 모양-


그 생각이라는 것,

환경에 의해서든 가족이나 사람에 의해서든 부정적이고 불편한 생각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 생각을 바뀌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노력을 하다가도 뭐 하는 짓이야 싶어서 멈추게 된다.


그럴 때 느끼는 감정이 가련함쯤 될까?


[그럼에도]라는 말은 잔인하다.
현실이 차가운데 그럼에도 이겨내거나, 좋은 생각으로 이겨내려는 시도는 얼마나 아찔하고 무모한가?
그래, 사실은 무모한 거다.


나쁜 생각을 심겨놓고는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고로,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애초에 나쁜 생각이 내 안의 틀이 되지 않게끔 삶이나 내게 상황이나 사람들이 협조했어야 했다.
그러지도 않았잖아… 싶은 생각에 갇힌다.

가련함부터 거둬야 할지, 부정적인 생각부터 교정해야 할지. 그 후에야 삶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경험 상, 삶부터 나아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의 정신이 든 마음이든 몸이든 먼저 건강해져야 했다.

내가 뭘 어째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꼭 모든 키가 나한테 있는 것만 같은 부담을 살아가며 배웠다.
내가 나서기 전에... 그냥 삶이 좀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면 안 되나? 그게 제일 불만이다.

잔인하다. 그 잔인함에 몸서리를 친다.

괜찮은 척보다 이 쪽이 안전하고 낫다.
본능적으로 위험하고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것을 피하지만, 때로 긍정적인 생각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정신승리가 될까 두렵다. 하지만 이쯤 결론을 맺어야 나의 세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푸념이 길어진다.

보아라, 무슨 결말일지.


그래, 결국 이로운 방향으로 가는 편이 낫다.

왜? 누굴 위해? 내 자신을 위해서!

지금 할 수 있겠다 싶은 것을 해야겠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방향 말고, 나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뭔지 내 마음을 둘러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내 마음의 허락이 없이는 이성으로만 이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다다랐다. 그렇다면 이대로 좀 더 머물러야겠다.
머문 후에 뭘 해야 할지 보이면 그때 해도 될 거 같다. 지금으로서 아무것도 모르겠다.


방향도 잃고, 목적도 잠시 잊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다가오는 것을 기다려보고 싶다. 무엇이 와도 올 것만 같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오히려 이해를 받기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도 하니까. 이 사실을 더 믿고 싶어진다.

내가 뭘 어째야 한다는 그 생각, 내가 뭘 어찌해야 할 것만 같은 중압감 딱 그것과는 반대로 하고 싶다.

어린 시절 몸소 느낀 추위보다 현실에서 느끼는 차디차고 냉정함에 몸과 마음이 닫힌다.
하지만 오늘 불어온 바람은 어린 시절의 혈기 섞인 강단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 그때는 그게 맞고 지금은 또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고. 그때그때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마음은 흔들리고 춥더라도 나는 내 마음이 이때 하라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그것을 해야겠다.

어차피 삶의 현실 같은 것은 춥다.

그러나 나는 나를 감싸 안고 갈 수는 있으니까.
내가 나를 춥고 더 외롭게 두진 않으니까.


그 생각이 확고해지니 왠지 모르게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훈풍처럼 느껴진다. 겨울을 앞뒀는데

내 마음은 더운 날처럼 따뜻해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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