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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Oct 06. 2023

데일카네기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을까?

결혼은 원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오늘도 남편의 말에 마음이 상해 혼자 방으로 들어왔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나니 '<인간관계론>의 저자이자 전 세계 처세술 끝판왕인 데일카네기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혼 8년 차, 이제 혼인신고서에 잉크도 말랐을법한데 나는 여전히 결혼생활이 어렵다. 결혼은 마치 인간관계의 종합예술과도 같다. 하루아침에 쉽게 떼어낼 수도 없는 다양한 인간관계가 새로 생기고, 얽히기 때문이다.


생판 남이었던 사람과 살 비비며 사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고, 그의 부모와도 가족으로 얽히고,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 인간은 안 된 나를 닮은 미니미들과도 관계를 맺어야 한다.


아내, 엄마, 딸, 며느리 모든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굳이 모든 역할을 잘 해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구멍은 나면 안 된다.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어긋남 없어야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휴.


지피지기, 백전백승


전술로 주로 쓰이는 이 성어는 사실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이기도 하다. 결혼생활에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한다. 상대의 말과 행동, 그리고 작은 비언어적 표현의 의미도 잘 파악하고 처신한다. 받아줄 수 있는 건 받아주고, 받아줄 수 없는 건 대화로 잘 해결한다. 이도저도 안 되면 포기하고 내려놓는 결단력도 발휘한다.  


결혼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용기 있는 일이다. 나이에 쫓기듯 할 일이 아니다. 주위에서는 나이가 찼으니, 어른이 됐으니 가정을 꾸리라고 하지만 결혼은 어른이 돼서 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하고 살아가며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맞춰가며 말이다.


동네 산책길에 손잡고 걸어가는 백발의 노부부를 본 적이 있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가슴이 뭉클해지며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된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역경을 이기고 함께했을까라는 생각에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나도 산책길에 만난 백발의 노부부와 같이 '백년해로'를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결혼 전에는 하지도 않았던 배우자 기도를 한다. '부디 제가 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함께 손잡고 늙어갈 수 있도록 인내심을 주소서'라고 말이다.


'데일카네기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을까?' 사실 이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 다투고, 화해하고, 다시 웃는 모든 과정이 결혼 생활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세술의 대가인 저자도 우리와 같이 부부생활 중 싸우고 토라졌을 상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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