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들을 위한 100년짜리 계획

내가 가족앨범을 5년째 만드는 이유

by 심연

매년 12월이 되면, 올 한 해 우리 가족 앨범을 만든다. 요즘은 AI가 알아서 포토북을 만들어준다는데, 나는 여전히 사진을 하나씩 고르고 인화해 앨범에 붙이는 아날로그식을 고집한다. 첫째가 태어난 해부터 시작했으니, 앨범을 만든 지도 어느덧 5년이 다 됐다.


아이가 셋인 우리 집은 해마다 천 장이 넘는 사진이 쌓인다. 그중 20%인 200장만 추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일주일 내내 사진을 고르고, 인화하고, 인화된 사진들을 짜임새 있게 붙이고 꾸미고, 메모하다 보면 어느새 연말이 된다.


이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본 남편은 그냥 일률적으로 사진을 꽂으면 안 되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내 대답은 언제나 노땡큐다. 엄마의 시선에서 스토리텔링되어 완성된 이 앨범들이 아이들의 사춘기 때 빛을 발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5년이 담긴 앨범 3권


지금은 세 권이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앞으로 몇 권의 앨범이 더 만들어질지 궁금해진다. 아마 아이들이 커갈수록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 테니, 언젠가는 한 권의 앨범에 5년 치의 시간이 담기고, 또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앨범 한 권을 다 채울 수가 없어 얇은 포토북으로 추억을 기억하는 날도 올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런 날이 오더라도 난 계속 우리 가족의 앨범을 만들 생각이다.


남들은 번거롭다는 그 일을 5년째 이어오는 데에는 사실 엄청난 속셈이 숨겨져 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살면서 만날 시련들을 견뎌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충분히 사랑받아왔다는 그 증거들이 아이들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쉽게 꺾이지 않는 굵은 애착의 뿌리가 되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영화 <올드보이>와 드라마 <이태원클래스>의 주인공들은 복수를 위해 15년, 17년짜리 계획을 세웠다던데, 이 앨범은 천지분간 못 하는 똥강아지들이 훗날 자존감이 단단한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100년짜리 계획이다.


엄마의 마음이 담긴 앨범 속 일부


크느라 수없이 흔들리며 아파하는 사춘기 때, 방문은 닫아도 이 앨범은 열어주길 바란다. 엄마의 말보다 친구의 말을 더 믿는 그 시기가 와도, 다 기다려줄 테니 슬프고 힘들 때면 이 앨범을 수시로 펼쳐보길 바란다. 네가 얼마나 예뻤고, 얼마나 사랑받으며 컸는지. 넘어지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앨범이 아이들이 커갈 땐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지지대가 되어주고, 그 역할을 다하고 난 뒤에는 노년의 우리 부부에게 달콤한 초콜릿이 되어주길 바란다.


사랑한다. 항상 너희가 사랑받았다는 걸,
사랑받을 만큼 귀한 존재라는 걸 평생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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