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엄마 군대 갔다 올게!

삼 남매 전업맘에서 삼 남매 워킹맘으로.

by 심연

셋째 100일 때 하던 복직고민을, 돌 때 다시 하게 됐다. 그땐 '애들이 이렇게 어린데, 무슨 복직이냐' 싶어 9년 간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정했었는데, 끝난 줄 알았던 그 고민이 남편의 말 한마디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남편 : "복직을 해야 할 것 같아"

나 : "복직? 당신?"

남편 : "아니, 나 말고 너"


"나?!"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내년엔 적극적으로 투고를 할 계획에 한껏 설레며 2026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복직이 내 계획에 끼어들었다.


"복직은 9년 뒤에 하기로 했잖아"라는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그날 밤 복직 시기에 대해 열을 올리며 이야기를 했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한 나날을 남편이 끊으려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했다.


남편의 말은 9년 간 휴직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었다. 단지 휴직을 할 거면 조금 더 효율적이고 똑똑하게, 승진도 챙기면서 하자는 거였다.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멈춰있던 2년 반의 시간 동안, 동기의 절반이 승진을 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남편은 나보다 더 내 승진을 걱정했다.


복직 고민은 하루 밤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복직을 하기 싫다는 내게, 남편은 그럼 언제 복직을 할지 물었다. 내년은 첫째가 7살이라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시켜야 할 것 같아서 안 될 것 같고, 후년은 학교에 입학하니 엄마가 곁에 있어줘야 할 것 같아서 안 될 것 같았다.


2살 터울로 아이가 셋인 엄마에게 복직 골드타임이 있기 만무했다. 그나마 첫째가 6살, 둘째가 4살, 그리고 막내가 돌이 지난 지금이 최적이긴 했다. 승진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리니, 지금 복직해야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승진할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올해부턴 아이 셋 모두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니, 부모가 둘 다 집에 있을 필요도 없었다. 남편이 집에 있는다면, 난 회사로 출근해 승진과 돈을 챙기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복 2시간의 통근거리, 2년 반의 업무 공백, 워킹맘으로서 아이들 케어 부족에 대한 염려, 첫째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승진을 못할까 하는 걱정은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 서울대 못 간다고 수능 안 볼 거야? 2년 내에 승진을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진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지. 군대 다녀온다고 생각해"


극 T성향의 남편은 복직을 하기로 했음에도 여전히 머리를 싸매고 있는 내가 답답했는지 몇 마디 쏘아붙였다. '수능이라니, 군대라니', 이보다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싶어 남편의 말을 듣자마자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음 덕분인지, 남편 덕분인지 웃고 나자 불안한 마음도 많이 안정됐다.


사실 복직과 승진은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면, 피한다고 피해지는 고민이 아니었다. 언제고 돌아가야 할 회사고, 그 안에 속해있으면, 승진도 언제고 마주해야 일이었다. 복직을 한다고 아이들을 아예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아이들 함께하는 시간이 평소대비 하루 두 시간 정도 줄어드는 것뿐이었다.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부모와 아이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국민육아멘토 오은영 박사도 출산 3개월 만에 복직한 워킹맘이었다는 걸 기억하며 말이다.


불과 6개월 전 복직을 포기하며 쓴 글에서, 승진과 육아 둘 다 잡는 건 욕심이고, 이를 내려놓을 수 있는 건 대단한 용기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말을 바꾸는 것 같아 글을 쓰면서도 멋쩍긴 하다. 하지만 복직과 퇴직 사이에서 고민해 본 엄마들이라면 이 마음을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매일 자신의 커리어와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며 줄다리기하는 게 바로 이 시대 젊은 엄마들이니 말이다.


2023년 7월, 둘째를 낳고 오겠다며 쓴 육아휴직이 셋째 임신 출산까지 이어져 벌써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체감상 1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다니. 역시 즐거운 일을 할 땐 시간에 가속도가 붙나 보다. 이제 복직까지 내게 남은 시간은 한 달, 이 한 달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 고민이 갚어진다. 먼저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아이들과 다양한 체험활동도 많이 해봐야겠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2년 반만의 출근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복직이니, 걱정보단 기대를 갖고 즐겁게 지내보려 한다. 지난 휴직 기간 동안 행복한 전업맘으로 살았으니, 이젠 행복한 삼 남매 워킹맘이 되어야지. 그리고 바라고 바라던 승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응원하며 기다려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꽃신을 신겨줘야겠다.


얘들아, 엄마 군대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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