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셀럽 파티를 다녀와서)
“간호사로서의 길은 이것뿐일까?”
“내가 진짜 원하는 궤도는 무엇일까?”
탈임상을 꿈꾸는 간호사들의 이유는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몸이 망가져서,
어떤 이는 마음이 다쳐서,
또 어떤 이는 무너진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유는 달라도 결국 하나의 질문에 닿습니다.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저 역시 이제는, 남이 정해준 궤도가 아니라 내 궤도를 스스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간호사, 다시 나를 돌보는 시간』의 에필로그에도 그런 마음을 담았습니다.
임상 간호사로 4년간 근무했던 시간은 그 궤도를 찾기 위해 열심히, 그리고 충실하게 간호현장을 마주했던 시간입니다. 지금도 임상을 사랑하고, 그 매력에 빠져 있는 간호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임상이란, 조금 이른 탈출을 꿈꾸게 한 현장이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대학병원에서 보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최근 하나의 사건이 작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간호사 전문 출판사 포널스에서 주최한 ‘셀럽 간호사 파티’에 초대받은 일입니다.
두 번째 책을 포널스와 함께 작업하면서 대표님께서 ‘셀럽 간호사 인증서’를 보내주셨고, 행사에 직접 초청까지 해주셨습니다.
'셀럽’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검색부터 해보았습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처럼 높은 인지도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더군요. 인증 조건 열 가지를 읽어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조건에 한참 못 미치는데….”
그런데 대표님은 망설임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충분합니다. 당신은 이미 셀럽 간호 사세요.”
행사는 대표님의 따뜻한 인사로 시작되었고, 참석자 전원에게 직접 제작한 트로피가 수여되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받은 트로피.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 가슴 깊이 밀려들었습니다. 울컥했고, 뭉클했습니다.
제8회 2025년 7월 12일 셀럽간호사 썸머파티 정기모임 성황리에 열려 < 병원 뉴스 < 기사본문 - 간호사타임즈
이어진 자기소개 시간,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번도 간절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작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한 번도 간절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전국을 누비는 강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아마도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오직 그 간절함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간절함을 동경하는 사람입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학력이나 능력은 없었기에, 저에게 주어진 기회와 조건은 결코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막막한 터널을 헤매듯 걷는 날이 많았습니다.
셀럽 파티에서 함께하신 분들의 커리어나 학력을 들으며 순간,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지방 3년제 간호대를 졸업하고, 방송통신대로 학위를 채운 나. 석사도, 박사도 수료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있어도 될까? 하지만 위축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렴한 강의비에도 불구하고, 17년째 요양보호사 양성강사로 살아온 나. 그 긴 시간 동안 간절함을 담금질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은 자리라고 생각하니 감사함이 오히려 더 크게 찾아왔습니다.
임상에서 간호사로 버티며 지냈던 힘겨운 시간, 이제는 그 기억과도 조용히 이별을 고하려 합니다.
그 시간 덕분에 저는 지금의 간호사로, 강사로, 작가로 설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순서를 따라 저를 인도하셨습니다.
첫 책 『나는 강의하는 간호사입니다』는 간호사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었고, 두 번째 책 『간호사, 다시 나를 돌보는 시간』은 요양보호사 양성강사로 살아오며 얻은 지혜들을 담았습니다.
KG에듀원의 이러닝 강의 ‘휴머니 튜드 간호실무’도 365 평생교육원의 ‘너울샘의 요양실무’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짧지만 치열했던 4년의 임상 경험이 이제야 온전히 보상받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병원에서 오르지 못했던 사다리를 옆으로 눕혀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17년의 여정. 그 과정에서 저는 참 많은 경험과 선물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경험이 제 앞에 놓일지 모르지만 설렘과 궁금함을 안고 살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오더라도, 오늘 이 감정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나는 간호의 길을 밝히는 별,
김옥수 간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