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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Jan 05. 2024

졸업식날은 선생님 대신 엄마가 알림장을 쓴다.

아이가 둘 이상이 되면 경험도 배로 늘어난다. 난 셋이니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내 배에 똑같이 품었다가 낳았으나 어디 하나 같은 구석을 찾는 것은 어렵다. 아마도 이런 이유가 경험값을  다르게 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터울을 계산하고 임신계획을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난 그런  계획은 할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큰 아이와 둘째는 3년 터울이 되었고,  학년 졸업을 같이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초등 졸업식과 중등 졸업식을 오가며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마음에 담게 되었다.

그 중 한 문장이 머리속에 맴을 돌기에 글자로 새겨야 겠다는 생각에 자판을 두드린다.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아야 지킬 수
있는 것은
너를 향하는 나의 시선이다.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학교들이라 아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100여 명은 넘어간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오로지 내 시선을 향하는 건 내새끼 뿐이다. 다른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가 않더라.


졸업장 수여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내눈은 기다리고 앉아 있던 내 아이들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달라서 잘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눈에 벗겨지지 않고 껴 있는 사랑이라는 콩깍지 덕분이다.


때론  내자식도 미울때가 있었고, 짐 처럼 느껴져 힘들 때도 있었다. 언제나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입장 바뀌보면 내 자식들도 엄마인  내가 미울때가 있었을 것이고 싫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둘 사이를 지켜주고 있는 것은 벗겨지지 않은 콩깍지 덕분이다.


내 새끼들 한테 만큼은 또렷한 판단력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엄격한 판단력과 마주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 만큼은 흐릿해도 될 일이다.


그저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엄마가 될수는 없겠지만 세상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잣대를 들이대는 엄마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지켜낼 수 있는것이 자식에게 향하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로만 향하는  시선은  믿음을 만들어 낸다. 졸업은 끝과 동시에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그 시작에 오로지 더하기 해야 할것은 믿음뿐이다.


앞으로  많은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좋은 순간, 힘든 순간, 각자의 이유대로 기억되겠지만

그 순간마다 늘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억했음 좋겠다.

너를 향하는
내  시선에 담은
믿음은 변치 않을거야.
-엄마가



이 내용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알림장"  이란 이름으로 두 아이들에게 보내본다. 매일의 과제를 적는 곳이 알림장인 것처럼  매일 이 마음을 기억했음 하는 바램이다.


진심으로 졸업 축하해.

엄마  딸,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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