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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Sep 22. 2024

나를 믿어 줄때만 일어나는 일이 있다.

요양보호사 시험을 응시하고 나면 제자 선생님들에게 “합격 후기 글”을 받고 있다.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등록하게 된 첫 발자국부터 합격 문자를 받기까지 그동안의 여정이 담긴 서사를 읽는 것과 같다.  

   

다섯 가지 정도의 질문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적어달라고 한다. 마지막 질문은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한 마디” 다. 이곳에 적히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후배님들, 시험장에서 답을 고치면 어김없이 틀리더라고요. 그러니 절대 답을 바꾸지 마세요.”     


이 문장을 읽으며 난 배시시 웃고 있다. 나 역시도 시험장을 가기 전에 몇 십 번을 당부하며 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시험은 나의 생각대로 답을 찾는 시험이 아니다. 정해진 표준교재에 기입된 내용이 옳게 적힌 문항을 고르면 답이 된다. 이런 이유가 고치면 틀리는 것이다.     


시험장에 가기 전까지 많은 시간 동안 공부를 한다.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인가? 표준교재를 읽고 요약정리를 하고, 그 내용에 맞는 문제들을 풀어본다. 일회성의 수업이기 때문에 수업 종료 후 유튜브에서 복습 개념강의를 듣게 한다. 그 이후 단원별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를 적는 과제를 준다.  교육원 수업이 종강하더라도 단톡방에서 시험 전날까지 모의고사 문항을 풀도록 하고 있다. 내가 내준 과제만 성실히 해도 1,000문항이 넘는 문제를 풀고 간다.  

   

빡센 강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빡빡하게 공부를 하면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건 공부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긴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문제를 풀어 가며 만들어 놓은 직관을 믿어야 한다. 시험장에서 받은 문제를 읽으며 답을 찾아갈 때 유념해 두어야 할 것이 자주 봐왔던 내용을 찾는 것이다. 그건 직관이 해준다.     


직관은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고, 내가 느끼고, 내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믿어줘라.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어느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믿음이 약하니 답을 고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책을 읽어왔던 기억이 만든 정답, 문제를 풀며 틀린 문항을 옳은 문장으로 고쳐봤던 기억을 믿어줘야 한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이 있다. 고명환 작가님의 저서인 [고전이 답했다]이다. 이 책에 적힌 내용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죽음 앞에 가서 후회가 없기 위해서는 직관을 갖고 살아야 한다. 죽음 앞까지 가본 대부분의 사람이 ‘나로 살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우리는 왜 나 자신으로 살지 못할까? 직관이 없어서 그렇다. 있어도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믿지 못하니 남들에게 의지하고 남들이 말하는 개념대로 살아간다.”


직관이 만들어질 만큼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나를 믿는 믿음이라고 했다.      


시험장을 가는 당일 아침 제자들에게 보내는 블로그 글이 있다. 시험장까지 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하니 차 안에서 읽어보면 좋을 만한 교재 내용을 표로 담아 정리해 둔 글이다. 무거운 책을 들고 가는 것보다 핸드폰으로 가볍게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작성해 두었다. 더불어 시험장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팁도 첨부했다.

    

이 내용도 좋지만 꼭 전해주고 싶은 내용은 아래 글에 있다.     


내 안의 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나" 뿐입니다.

    

나를 알아주고

나를 믿어줄 사람도

결국 오직 한 사람

"나" 뿐입니다.   

  

내 안에서 답을 찾을 때

나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시험은 내 안에 답을 찾기 위한 도전이다. 합격과 불합격을 떠나 시험장 가기 전까지 모두 고군분투를 한다. 정답 하나를 찾기 위해 오답을 수도 없이 걸러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 방법들이 직관이 되어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발휘하게 해 준다. 합격을 하면 좋겠지만 불합격 역시 삶에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 과정은 누구라도 대신해줄 수 없다. 대리 시험을 인정해 주는 곳이 없는 이유와 같다.     

오로지 시험지에는 나의 이름 석자를 남기고 그 결과를 평가받는다. 시험 없는 세상이 공평한  보이나 시험이 사라진다면 내 안의 답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시험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질 직관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직관은 반드시 나의 믿음으로 견고히 자리 잡아 줄 것이다. 이때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이 되어 어두운 곳을 밝혀주게 된다는 것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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