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창고는 당신 이름

<디멘시아 도서관 휴머니 튜드에서 만난 첫 번째 기적의 찰나>

by 너울

휴머니튜드 강의를 4회 차로 구성할 때는 2회분을 의사소통 기법으로 기획한다. 바라보기, 말하기, 접촉하기, 서기의 4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진 것이 휴머니튜드 기법이다.


어느 한 단계도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조금만 노력해도 무의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여러 번을 반복했을 때 무의식이 되는 구간도 있다. 지금까지 강의하며 겪어본 바로는 “말하기”구간이 꽤 어렵다.

누구나 예쁜 말을 듣기는 좋아하지만 예쁜 말을 자연스럽게 해주는 사람들은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많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는 예쁜 말을 들으며 자란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도 들어본 사람이 잘한다.

나의 부모 세대만 해도 칭찬을 많이 하고 키우면 자녀를 망칠까 봐 “예쁘다” 보다는 “못났다”하며 키웠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칭찬을 아껴둔 것이 아니다. 부모 세대가 그렇게 했고, 그 부모를 보며 부모가 되다 보니 예쁜 말도 되물림과 같이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야 이 부분에 대한 자각과 교육으로 마음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래서 휴머니튜드 교육을 들으러 오는 분들에게 예쁜 말과 칭찬을 시연하다 보면 온몸을 뒤 흔들며 부끄러워한다.

강의 회차가 거듭하면서 조금은 익숙이라는 단어를 곁으로 데려 오고 있지만 무의식처럼 표현하려면 많은 연습을 해야 함을 느낀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상대방을 사로잡는 의사소통]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한 회차 강의가 진행된다.

칭찬 법, 쿠션화법, 레어드 화법, 나-전달법 등 구체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전해본다. 그중에서 칭찬 법을 시연하며 찾아온 귀한 사연을 이 글에 전해보려 한다.


여러 가지 칭찬 법 중에서 호칭을 사용하는 칭찬법이 있다. 이름글자에 “님”을 넣어 불러보는 방법이다.


가장 먼저 내 이름을 넣어 불러주게 한다.


“ 옥수님~” 이렇게 말이다.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기 전에 나 자신부터 칭찬하며 살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함이다. 이 칭찬을 할 때는 나를 안아주는 동작도 같이 한다. 양팔을 X자로 접어 꼭 안아준다. 고개는 한쪽 어깨를 향해 살짝 기울여 본다. 상상만 해도 사랑스러운 동작이다.


피시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그러나 잠시의 정적이 흐르면 웃음은 잔잔한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그때 나는 알게 된다. 행복이 이제 가슴 안으로 살며시 내려앉은 순간이라는 것을.

나를 사랑하고 칭찬했다면 이제 나누어 줄 사랑이 생겼다. 나에게 없는 사랑을 다른 이에게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진짜 사랑이 아닐수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하기에 선행 작업을 먼저 하는 것이다.

다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때 대부분은 배우자를 떠올린다.

그래서 배우자를 부르는 호칭을 여쭈어 보았다. “자기야” “여보” “00 아빠” “00 엄마”라는 다양한 호칭이 나온다. 모두 좋다. 그러나 난 한 가지 부탁을 드린다.


이름을 넣어 불러보라는 것이다. “00야~ ”가 아니라 “00님~” 으로 불러주는 호칭 칭찬법이다.

한 분이 내가 부탁한 호칭 칭찬 법을 하시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름을 넣어 “00님~”이라고 부르면서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그 이름의 주인공이 이제는 아내분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 곳에 계시다는 것을 잠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서로의 이름을 종종 불러준 덕분에 오늘의 시연이 어색하지는 않았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름이 흘러나와 귀에 들려오는 순간 한없이 밀려드는 그리움과 만난것이다.

그 그리움은 당사자만 느낀 것이 아니다. 강의가 끝났지만 내 마음에서도 쉽게 떠나가지 않았다.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아니 죽은 후에도 남게 되는 이름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생각 때문이다. 그 생각이 피워낸 글귀를 전해본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창고는 당신 이름

한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된 후 그 이름은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보냈던 모든 순간을 담고 있는 것이 당신의 이름이니까요. 그래서 그 이름만 돼 내여도 그리워집니다. 지금 불러본들 당신은 들을 수 없겠지만 그래서 더 아련하고, 그래서 더 또렷이 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 덕분에 영원히 비위 지지 않는 가장 큰 창고를 가지고 살게 되었네요.


언제든 꺼내봐도 좋은 그 창고,

그곳에는 당신과의 모든 추억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00님~ 사랑하고 그립습니다.


한 분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던 이 기적 같은 찰나는 휴머니튜드가 가져단 준 선물이다.


휴머니튜드는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시간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른다면 그분은 내가 가진 가장 큰 창고임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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