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서야할때를 구분하는 것은 한 번의 숨 고르기다.

<참사랑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만난 기적의 찰나>

by 너울

요양보호사 강의를 듣는 제자들에게도 휴머니튜드 수업은 빠트리지 않고 진행한다. 요양보호사 표준교재 교과목 1장 [요양보호 대상자 이해] 파트 안에 대상자 중심 요양보호라는 소제목으로 휴머니튜드(인간다움)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파트는 내가 배정받은 파트가 아니다. 다른 강사님들의 교과목을 터치하지 않는 것이 강사들이 지키는 철칙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어떤 비난이 들어와도 감수하기로 했다.

3장 남짓한 내용으로는 정확한 휴머니 튜드 기술을 전하기에 미흡하고, 그 미흡함으로 치매를 가진 어르신을 돌본다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번 시간은 참사랑요양보호사 교육원 주간 155기 학생들과 함께 휴머니 튜드 수업을 하며 만난 찰나의 순간을 전해보려고 한다.


휴머니튜드의 네 가지 기둥인 바라보기, 말하기, 접촉하기, 서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준다. 각 단계마다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주의점이 있고, 그 주의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더불어 각 단계를 직접 시연해 보는 실기수업까지 무난히 전진하는 것이 강의 목표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전하는 공통점이 있다.


“교수님 수업이 다른 강사님들 수업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 질문에 나는 이런 말로 답변을 드린다.


“맞습니다. 다른 강사님들 수업 시간에는 귀만 열고 계셔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제 수업시간에는 귀와 입을 동시에 사용하셔야 하니 그렇습니다. 말하기는 언제나 생각 다음에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제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전해 주셔야 하니 그렇습니다.”

강사인 나도 내 수업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나가보면 내 수업이 그 힘듦의 무게를 조금 덜어 내 주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도 그 시간을 생각하며 휴머니튜드 실기를 모두 진행해 보았다.


바라보기, 말하기, 접촉하기 세 단계 중에서 접촉이 가장 어려운 단계이니 기술연마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내가 이 강의만 100번 넘게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말하기”단계이다.


평소에 긍정적인 말(현재 상황을 인정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고 싶어도 표현에 서투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재료 준비를 먼저 할 수 있도록 한다.


짝꿍을 정할 때도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의 자리를 내 맘대로 뒤섞어 바꾸어 놓는다. 30일을 한 교실에서 동고동락하지만 맨 앞줄에 앉은 분과 맨 뒷줄에 앉은 분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스킨십하는 장면을 마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임의로 섞어놓는 자리는 낯선 분과 직접 시연을 하며 알게 되는 감정과 상황에 빠져보라는 의미도 있고, 종강하기 전에 작은 사랑이라도 나누어 주며 끝맺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시연에 들어가며 한 분이 이런 말을 전해왔다.

“어머, 교수님! 큰일이네요. 손이 먼저 나가버립니다.”


휴머니튜드 접촉하기 단계에서 조심해야 할 신체부위가 있다. 펜필드 라는 캐나다 학자가 사람의 몸에 전기를 보냈을 때 같은 양이라도 전기가 많이 흡수되는 부위가 있고 덜 흡수되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어느 신체와 접촉이 되더라도 큰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친밀한 관계일수록 전기량이 많이 흡수되는 손과 얼굴(입술)이 닿을수록 좋다.


그러나 내가 수업하고 있는 휴머니튜드는 친밀한 관계가 아닌 낯선 사람과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더불어 접촉을 시도하는 사람이 가끔은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치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감정까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인지저하로 인해 상대방을 인식할 수 없을 때 두려움과 거부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니 거부감이 덜 느껴지는 어깨부위와 등을 접촉하는 것이 기술이다. 그런데 말을 하며 덥석 상대방의 손을 잡는 일이 발생했다. 그 손이 닿았던 분은 애써 손을 잡아 빼려는 시도를 하며 깜짝 놀라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의도 기술이 필요하다. 친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돌봄 자는 없다. 그러나 올바른 기술을 습득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과 미숙한 상태에서 마음만 가지고 표현하는 것은 다르다.

그 예의 중 하나가 절제이다. 가야 할 때와 서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는 태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 번 숨 고르기를 하며 참아내는 순간이다.


아침 출근길 김창옥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해녀가 물질을 하는 것과 인간관계를 하는 것은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해녀가 물질을 잘하려면 바다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상대방의 마음에 깊이 들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 선행 작업이 물속에서 숨을 참는 연습이다.


이 숨을 잘 참아내기 위한 작업이 역설적으로 숨을 잘 쉬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숨을 가장 잘 쉴 때, 숨을 참아내는 구간이 덜 힘들고 빠르게 지나갈 때는 좋아하는 것을 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여기서 나는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나는 돌봄을 하는 순간이 즐거운가? 치매 노인과 함께 할 때 숨이 고르게 잘 쉬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네”라는 답을 할 수 있다면 숨을 한번 참아내는 고르기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


해녀가 그 순간을 자연스럽게 넘기고 바닷속에서 유영하게 될 때처럼 돌봄도 의식하지 않고 절제가 자연스럽게 되는 날 그런 날이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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