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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든 ‘오픈 빨’ 흔들리는 팀워크

by 쉬리

2023년 배달의 민족에서 소위 ‘오픈 빨’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조사한 통계가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한 달이 54%, 일주일이 18%, 2~3주가 14%, 그런 거 없다가 14%였습니다. 이 통계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통계는 아닐 겁니다. 지금도 비슷하겠지요.


안타깝게도 저희 가게는 일주일이 채 못 갔습니다. 이유를 분석해 보니 손님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었죠. 상가단지 내 식당이다 보니 일주일이면 올만한 사람은 대충 다 온 거 같고 새로 창출되는 고객층이 없었던 것이지요.


사실 개업 전에 기대하기로는 하루 180~200명 정도는 찾아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150명 정도에서 차츰 자리가 잡히면 그 정도는 될 거라 예측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정도만 예상치에 근접했고 이후로는 지지부진했습니다.


피크시간대마저도 빈자리가 생기면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큰 일인데 하며 연신 다른 가게는 어떤가 내다보기 바빴습니다. 우리 경험 많은 주방장께선 ‘원래 장사란 게 이렇다, 내일이면 또 몰려온다, 괜찮다’며 저를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생기다 보니 우리 음식에 관심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쁠 땐 손님 응대하느라 음식이 어떻게 나가는지 볼 여가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제육볶음이 나가는데 색깔이 허연 게 아니겠습니까? 이게 아닌데, 내가 아는 제육은 시뻘건데? 저는 우리 경험 많은 주방장께 왜 제육이 돼지불고기처럼 나가냐고 묻자, 빨간 양념은 건강에 안 좋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니 우리가 건강식품 가게인가? 굳이 안 좋은 재료나 양념을 쓸 이유는 없지만 제육이란 음식에 기본이 있는 건데... 어쨌든 경험 많은 주방장이니 초보사장이 뭐라 하기도 그랬습니다.

다음 날 매출이 더 빠졌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제육은 빨간 양념으로 하시죠”하고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이 하라면 하겠다”고는 했지만 갑자기 주방 분위기가 싸~ 해졌습니다. 이후 주방에서 그전에는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집게 던지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아! 이게 소위 말하는 ‘곤조’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주방장은 그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분인데 늘 상냥하고 예의 바르며 겸손한 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식당 운영을 여러 번 해본 베테랑이어서 초보인 저에겐 그야말로 보배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재료도 알뜰살뜰 아끼고 정말 더없이 좋은 분인데 자존심이 강하셨죠. 특히 초보인 제겐 더 그러셨겠죠.


그래도 제가 사장 아니겠습니까? 저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죠.


다행히 날이 가며 제육이 효자메뉴가 되었습니다. 10여 개 나가던 게 30~40개로 늘었습니다. 초보가 베테랑을 이긴 겁니다. 우리 경험 많고 겸손한 주방장도 이내 수그러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전에 제육은 조리해 본 경험이 없었더군요. 이 얘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우리 경험 많은 주방장의 ‘곤조’라는 것도 어찌 보면 자기 방어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


어쨌든 완전초보 대 경험 많은 베테랑의 갈등은 그런대로 잘 봉합되었습니다. 하지만 앙금은 남은 게 사실입니다.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매출은 기대만큼 올라줄지 자영업자의 끝없는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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