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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어떤 기대를 하시나요?

by 쉬리

저는 자기 계발서를 잘 읽지 않습니다. 왠지 남에 의해 내 삶의 방향이 좌우되는 듯한 거부감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설을 주로 읽습니다.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스토리에서 나의 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자기 계발서는 주로 진정한 자아를 찾으라는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부당한 것에는 당당히 대응하고 또는 아예 무시하라고 얘기합니다.


읽을 때는 고개가 끄덕이지만 단단한 자아를 갖지 못해서, 그게 잘 안 돼서 출구를 찾는 것이니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긴 호흡으로 길을 찾고자 소설을 자주 찾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제 능력 부족으로 작가의 의도를 잘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그런 울림을 주는 소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스토너’란 소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스토너’는 미국작가 존 윌리엄스가 1965년에 쓴 소설로 최근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입니다.


60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개가 무척 빠릅니다. 농촌 출신의 스토너가 교수가 되고 결혼하고 사랑하는 내용입니다. 요즘 소설과 비교하면 강렬한 긴장감이나 사건들이 일어나진 않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잔잔하지만 뚝심 있습니다.


읽는 내내 스토너의 단단함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는 결코 위인적 요소를 갖췄다거나 기백이 대단한 그런 인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소시민적이고 소극적이며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보통의 우리처럼. 소심함으로 일관하는 그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는, 묘한 힘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문에 대한 끈기와 성실함, 제자와 어긋난 그러나 진실된 사랑, 부당함을 맞았을 때도 흔들림 없이 받아들이는 견고함... 그런 점들이 참 ‘스토너스럽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진짜 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것은 그의 삶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의식이 흐릿해지는 순간 스스로에게 ‘넌 무슨 기대를 했나’하고 자문합니다.


‘삶에 대해 무슨 새로운, 대단한 기대를 하는 거지’하는 생각입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실패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인다.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하고 삶을 정리합니다.


무기력하고 쓸쓸하게 마지막을 정리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만 저에게는 오히려 현실에 대한 해방구 같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돈이 많으면 좋겠고 유명인이 되고 싶고 또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소망처럼 다 잘 풀리지는 않지요. 그러면 이내 실망하고 또 힘을 내자고 일어서지요. 이런 노력과 도전이 성장의 과정이라 여기지요. 그런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스스로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오늘은 잠시 나를 나 그대로 좀 놓아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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