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아가야 한다
용암은 차오른다
나의 큰 가방은 끊어질 수 없게
나를 꼭 껴안고 있다.
절벽을 기어올라
손이 까져
몸은 부스스해져
옆 주머니에서 화려한 껍데기를 버린다.
무게는 가벼워졌지만
원동력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나의 등과 제일 가까운 가방문을 열고
무엇이 들었나 살펴보니
내가 살아온 필름이 있었고
이어나갈 영화가 만들어져가며
그것을 함께하는 관객과 연출자들이
있었다.
난 잠시
바라보고
잠시
필름을 다시 재생시켰다.
나는 가방문을 굳게 닫고
가방을 앞에 매며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