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삶의 필수요소?

'사랑, 배신, 복수는 인류 역사에서 주욱 있어 왔고,

수많은 문학작품은 그것을 그려 왔단다.'


몇 해전 읽었던 모 작가님의 글귀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배신이라 칭할 만큼 큰 사건은 없었던 것 같은데, 미국에 살면서 아주 다양한 케이스를 만나고 있다.


사례 분석집을 내도 될 것 같을 만큼 다양한 양상들,

그리고 데이터 날 것의 성질을 그대로 보유한 채 분석하는 inductive analysis 귀납적분석 을 하면 그럴듯한 범주화테마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야... 선배님, 이런 배신들을 마주하는 것, 미국 생활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접하는 걸까요?'


은퇴하신 시니어 선배님께 진지하게 여쭤 본 적이 있었다.


'김교수, 미국 생활에서 오는 특징도 있겠지만, 실은 40살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일들이라네. 우리가 배신이라고 이름 짓지만 그 역시 상대적인 것 아니겠나.'


아, 그렇군요.


끄덕이면서도 그 작가님의 글귀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즉,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배신' 들.


'내 부모를 죽인 원수! 내 칼을 받아라, 이얏!‘


뭐,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배신자 카테고리를 묶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나의 질적연구 DNA는 어쩔 수 없이 이럴 때 또 활성화된다.)


자, 그 카테고리 중에 그나마 좀 더 신선하고 예측 불허했던... 아, 아니지 돌이켜보면 그 양상이 정말 제일로 지배적이었던 dominant category 로 등극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들여다 보도록 하자.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 대표적 배신 양상은 이런 내러티브로 정리할 수 있다.


지배적이었던 배신자 케이스 Dominant Catogery #1


'처음에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다가온다. '나는 순한 양이고 100% 당신 편입니다' 의 제스처를 취하며 선물 공세, 세상 친한척하며 나의 마음을 놓게 한다. '아, 이 팍팍한 유학생활, 이민 생활에서 정말 좋은 분을 만났구나' 라고 생각하며, 경계를 풀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받게 되면, 도움을 더 받아먹고 어느 순간 딱 안면몰수한다.'



다소 emotional 하지만

이것은 내가 겪은 날 것의 감정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케이 오케이.


자, 그럼 이제,

고개를 한번 툭툭 털어 보고 냉철히 생각해 보자.


냉철히? 그래.



글쎄...음...,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법정스님께서

만약 이 카테고리 내러티브를 들으셨다면


'허허, ‘시절인연'이 끝난거지

뭘 배신까지 거론하십니까 거사님'


이렇게 한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하지만,


소위 요즘 말하는 '긁힌 마음'을 보면

배신의 비수가 날아와 꽂힌 것이라고 밖에

이 가엾은 중생은 달리 형용할 수 있는 길이 없사옵니다 스님,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연구자, 교육자, 또 동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로서

'이 세상에 정답이 어딨겠어' '다 상대적인 거지'

이런 말들에 십분 동의하고 지지한다.

암, 그럼 그럼.



감정적이 되지 말라는 말.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러니하게 감정적이 되는 자신을 숨길 길 없다.


이렇게 몇 자라도 적어 숨 쉴 길을 모색해 본다.


단단해지는 데 한 겹 더해주는 과정이려나 씁쓸히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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