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마주한 어느 날, 마음에 스며든 질문
흔들리지 않고 싶었지만,
부모님을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이 아파왔다.
나는 일찍 철이 들었던 아이였다.
어릴 적엔 부모님의 작은 반응 하나에도
내가 더 신경 쓰고, 더 착해지려고 애썼다.
그 마음이 눈에 띄지 않게 드러나지 않게,
항상 아닌 척 하면서 말이다.
부모님은 어린 나이에 우리를 낳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부모의 역할을
그저 온몸으로 버텨내며 살아내셨다.
세상과 부딪히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오셨던 두 사람.
그 앞에서 우리는 보호받았고,
어떤 시절을 지나는지도 잘 모르고 컸다.
어릴 적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다.
낮에도, 밤에도.
눈을 뜨면 이미 일을 나가셨고,
밥을 함께 먹은 기억도 많지 않다.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그런 집이니까,
라고 여겼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야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종종 말하신다.
“그때, 너희랑 좀 더 시간을 보낼 걸…”
“조금만 더 아이들에게 신경 쓸 걸 그랬어…”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저릿해진다.
이제 나도 부모님이 우리를 키웠던 나이에 닿았다.
하지만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 막막한데,
그분들은 대체 어떻게
우리를 그렇게 키워오셨을까?
그 무게와 책임이라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
우리 집에 다시 작은 위기 같은 것이
조용히 찾아오는 시기다.
예전처럼 막막하진 않지만,
요즘 사회 분위기 자체가 불안하고,
그 속에서 부모님이 겪고 있는 일들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실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다른 지역에서 살다 보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집에 오면서,
문득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꿈을 꾸는 게 맞는 걸까?
지금 내가 여기에 남아 도와야 하는 건 아닐까?
쉬고 있는 시간이
정말로 ‘쉼’만을 위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이런 감정을 부모님께 조심스레 나눠보면
그들은 꼭 이런 말씀을 하신다.
“너 할 일 해.
우린 어차피 항상 이래 왔었어.”
그 말 안에 있는
지지와 애틋함, 단단한 응원이
나를 또 멈춰 세운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하루는
조금 더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이 오늘,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놓았다.
그렇게 흔들리며 나는
여전히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조심스레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