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이 없어도 써야 하는 하루였기에

비어 있는 마음에도, 문장은 자라났다

by 서녘

딱히 무엇인가

끌리는 글감이 없는 하루였다.


억지로 쥐어짜낸 문장은 어색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마음이

한참 동안 내 자리를 맴돌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래도 쓰겠다’는 약속 하나만을 붙들고 있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


“하루 한 편씩은 꼭 올리자.”

그 작고 단순한 다짐 하나가

오늘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늘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온 시간들.


그럴듯한 핑계 뒤에 숨던 나를

이제는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글감이 없다는 것마저도

하나의 주제로 삼아보기로 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순간을

억지로 돌파하려는 대신,


그 빈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지금 이 감정 그대로도

충분히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이듯,

이 막막함도 결국엔 어디론가 닿을 거라 믿었다.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여전히 무겁지만,

그 안에 담긴 ‘지키고 싶다’는 마음까지

부정하고 싶진 않았다.


오늘의 나는,

지금의 나와 끝까지 한번 부딪혀보자고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결국, 쓴다는 건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게 아니라,

어떤 날엔 그냥 써야 하는 것이구나.


그 진실을

조금 더 깊이 받아들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