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이제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시절을 지나 지금의 나에게 닿기까지

by 서녘

본가를 떠나 산 지,

어느덧 10년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퇴사’라는 사건을 계기로

고향에 머무르게 되었다.


잠시가 아니라, 길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향은 낯설게 다가왔다.


그토록 익숙하던 거리도, 간판도, 공기도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그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오래 전의 습관처럼


“우리, 그때 참 별거 아니어도 웃었었지”

하며 기억을 꺼냈다.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그 시절의 공기,

그때의 마음,

그리고 그 시절 자주 들었던 노래까지.


그렇게 떠오른 곡 중 하나가

윤하의 크림소스 파스타였다.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누르자,

노래보다 먼저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리운 감정은, 아니었다.

다만 그때의 내가 문득 떠올랐다.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

말 한 마디에도 웃고 울던,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었던 그 감정.


그때의 나는 그 사람에게

모든 걸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많은 걸 말했고,

많이 웃었고,

그리고 어느 날,

아무 말도 못 하고 헤어졌다.


그 사람은 이제 거의 흐릿하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사는 곳도 모르고,

전화번호는 당연히 없다.


이름 두 글자만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그게

어떤 안도감을 줬다.

그 시절을 온전히 지나왔다는 기분.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보내줄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


나는 그 이후,

많이 달라졌다.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나만의 삶을 이어갔고,

지금도 여전히 떠나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제,

그때의 인연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그 노래를 다시 들었다.

예전처럼 반복 재생은 하지 않았다.


그냥 한 번만 재생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이젠, 그 시절의 나는 안녕.

그리고 나는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