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꺼낸 나는, 분명 예전과 달라졌다

그 말을 꺼낸 나를 보고, 나도 놀랐다

by 서녘

그 말을 꺼낸 나는,

분명 예전과 달라졌다


행복하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음악 하나를 듣고 웃고 있는 나를 보며

문득 멈춰 섰다.


“지금 행복하다.”

그 말이 그냥, 툭 튀어나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놀랐다.


그 말을 내가 했다는 게,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는 게

신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오랫동안,

이런 말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했다.


그 단어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말하지 않는 쪽이

덜 초라하고 덜 약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행복은 내게 늘 사치 같았다.

언제나 내 삶은 긴장과 무게가 가득 차 있었다.


쉬어가는 법을 몰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 대신

조금 더 버티는 법만을 배웠다.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동안에도

나는 잘 웃지 않았다.


퇴사는 나에게 새로운 기회보단

두려움과 불안의 다른 이름이었다.


무거운 마음은 계속 나를 눌렀고,

웃는다는 건 사치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동안,

어느새 나는

행복이란 말을 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꺼냈다.

그냥 가볍게, 자연스럽게.


그 순간이 묘하게 선명했다.


라디오도 아니고

유명한 플레이리스트도 아니고,


그냥 문득 떠오른 노래 하나를 듣고 있었다.


그 멜로디가 내 기분을 바꾼 건

순식간이었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눈앞에 벚꽃이 날리는 것처럼 설렜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고,

긴장과 불안 대신


내 안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지금 행복하다”라는 말을 했다.


말을 하고 나서야,

내가 그 말을 정말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이 말을 바로 지웠을 것이다.


웃음의 이유를 찾으려 애쓰고,

감정을 억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다르다.

그냥 웃고,

그냥 말을 내뱉었다.


그 사실이 좋았다.

그 변화가 좋았다.


이제는 행복이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매일 아침 일어나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쯤은 조금 느슨해도 되고,

그저 음악 하나를 듣고 웃어도 괜찮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이게 됐다.


퇴사 후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 행복하다는 말을

내 입에서 꺼내도 어색하지 않다.


그 사실이,

스스로 너무도 기특하고 대견했다.


오늘의 나는 분명

예전과는 다르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아도

이제는 행복을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 말을 꺼낸 나는,

분명 예전과 달라졌다.


그저 지나가는 하루일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작은 말 하나가

조용히, 그리고 분명히


나를 지금까지의 나와 다르게 만들어주었다.


행복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성과 없는 날에도, 나는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