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점에 서 있다

막막함을 넘어서기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

by 서녘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자 머릿속이 더 시끄러워졌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 많았다.

기록해둔 글감도 충분했다.


그런데 막상 펜을 잡으려니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글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쌓여 있어서 오히려 길을 잃는 기분이었다.


그 감정은 예전에 제주에서

본가로 넘어왔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핸드폰엔 수많은 사진들이 흘러넘쳤고,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필요 없는 것과 남길 것을 구분했다.

정리가 끝났을 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열어본 폴더엔

언제 그랬냐는 듯 사진이 다시 늘어나 있었다.


그때 정리했던 시간과 노력이

잠깐의 안도감으로만 남아버렸던 걸 떠올렸다.


그 순간,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동시에 알았다.


이걸 외면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는 걸.


결국 내가 마주해야 할 건

늘 지금의 나뿐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복잡하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방법은 언제나 같았다.


다시, 하나씩 해나가는 것뿐.


기록을 정리하듯 글을 정리하고,

글을 정리하듯 생각을 정리하고,

그 과정을 매일 반복하는 것.


물론 한 번 놓친 루틴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해본 적 있는 일이니까,

조금만 더 해보면 다시 익숙해질 거라는

희미한 믿음이 생겼다.


결국 답은 꾸준함이었다.

오늘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오늘 정리할 수 있는 것부터 정리하는 것.


그 단순한 행동이

내일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줄 거라 믿으면서.


그래서 오늘은, 다시 시작점에 선다.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은 내려놓고

그저 오늘의 할 일을 오늘 하는 것.

그리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걸음을 다시 내딛다 보면,

언젠가 오늘의 막막함도

조용히 사라져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