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나를 불러 세웠다

by 서녘

무언가를 오래 바라본다는 일

가끔은 이유 없이 어떤 장면이 머리에 남는다.


길 위의 가로등 불빛,
젖은 흙 냄새,
그리고 누군가의 웃음.


그건 지나간 일인데도 오래 머문다.


사람이란 참 이상해서,
끝난 일일수록 더 오래 바라본다.
붙잡지 않아도, 마음은 늘 그 자리에 서 있다.


어쩌면 그건
‘사랑’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게 내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나를 버티게 만든 이름

세상에서 제일 아픈 일은 누군가를 잃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더 이상 나를 불러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한참을 울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나를 버티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 이름을 마음속에서 천 번쯤 부르다 보면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 이름은 결국
나를 붙잡던 것이 아니라,
나를 놓아주던 것이었다는 걸.


쓰지 않으면 잊혀질 것 같아서

사람은 이상하게도
아픈 순간을 글로 적어야 살아남는 때가 있다.

그저 흘러가게 두면
진짜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나는 내 마음을 붙잡기 위해 글을 썼다.

글은 나의 숨이었고,
나의 기억이었으며,
내가 나를 다시 꺼내오는 통로였다.


그렇게 쓰고, 울고,
다시 쓰는 동안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마음의 끝에서 피어난 것들

이제는 안다.
사랑은 나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라는 걸.


나는 한때 불안했고,
누군가의 온기 없이는 설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단단해졌으니까.


밤이 나를 불러 세운 건,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