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못한 날의 기록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는 여전히 이 질문 앞에서 오래 머문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나를 붙잡고,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나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주었던 사람,
그중 한 사람인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사랑은 뭐라고 생각해?”
“다시 태어나도 자식을 낳을 거야?”
“그게 나라도, 다시 낳을 거야?”
어쩌면 조금은 유치하고,
어른스럽지 않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나도,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나는 ‘나’라는 존재를 키워낼 자신이 없다.
만약 지금의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을
경험하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면 어땠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시렸다.
아쉬움이 더 깊어지고,
놓치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커졌다.
아직 꿈꿔보지 못한 삶,
살아보지 못한 길은 결국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삶을 온전히 헤아려보지 못한 채로는,
그 어떤 사랑의 이야기도
끝내 나의 언어로 쓰지 못할 것만 같다.
어떻게 사람들은 삶 속에서 자식을 낳고,
키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생각은 아직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나는 흔들린다.
단단하다고 믿었던 마음이 이상하리만치 약해지고,
작은 바람에도 금세 무너져버릴 것만 같다.
최근 들어서 크게 울 일이 없었다.
속상한 일이 생겨도 한 번 펑펑 울고 나면, 다시 괜찮아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엔 무너졌다.
눈물을 펑펑 쏟고 싶은데,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마음속에서는 분명 비가 내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젖지 않는다.
우산을 쓰지 않았는데도 몸은 마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서 있다.
그런데 흐린 날씨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먹구름 같은 기운이 마음 한가운데 머물러,
천천히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비워지지 않는 공간
이질적인 상황과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그것들이 나의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나는 점점 숨 쉬기 힘들어진다.
갑갑함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를 잠식하고,
머릿속을 회전시키는 생각은 멈출 줄을 모른다.
“어떻게 해야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의 흐린 날씨와
닮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내 대신 울어줄 무언가를.
억지로 울 수는 없었다.
울음이란,
마음이 열리는 순간 스스로 흘러나오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슬픈 목소리’를 찾아 헤맸다.
슬픔이 고여 있는 목소리,
내가 하지 못한 울음을 대신 흘려줄 수 있는 노래들.
그렇게 좋아하는 가수들의 곡을
하나둘 찾아 듣기 시작했다.
하나의 곡이 있었다.
어쩌면 그날의 나를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던 곡.
나는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하루를 보냈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흘려보냈고,
감정을 대신 흘려주는 멜로디에 조용히 기대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마음의 일렁임이 아주 조금씩,
정말 조금씩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랬었지.”
“이런 하루들이 있었지.”
어쩌면 나는 단지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젖지 않은 채 하루를 보냈다.
그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흘러갔고,
나는 그렇게 울지 못한 하루를 또 한 번 지나보냈다.
울지 못한 하루였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