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처음이던 시절, 그때의 내가 남긴 온도
사랑을 처음 배우던 내 마음은 단순했다.
좋아하면 말했고, 설레면 숨기지 않았다.
손글씨로 마음을 적어 건네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누군가를 떠올리면 그 사람에게 닿을 말을 찾았다.
계산보다 진심이 먼저였고,
내 안의 온도를 믿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세상을 조금 더
반짝이는 쪽으로 기울여 바라보곤 했다.
마음이 맑을수록 풍경이 선명해지고,
선명해진 풍경은 다시 마음을 환하게 했다.
누군가와 나눈 문장 한 줄이 하루를 바꾸기도 했고,
짧은 안부가 길었던 밤을 건너게 하기도 했다.
사랑은 그런 식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거창하지 않은 장면들 속에서,
내 세계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시선과 함께.
비가 온 날이 있었다.
길 위에 고인 물이 작은 호수처럼 반짝이던 오후,
나는 신발을 벗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물의 차가움과 흙의 부드러움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때의 나는 망설임보다 호기심이 컸고,
두려움보다 용기가 가까웠다.
사랑은 어쩌면 그런 마음의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세계에 먼저 발을 담그고, 젖어가며, 함께 웃는 것.
설명보다 몸이 먼저 아는 일들.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표현만으로는 다 닿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내 언어가 곧 사랑의 전부라고 믿던 때가 있었지만,
사람마다 마음을 건네는 방식은 다르다.
말이 많은 사람도, 말이 적고 행동이 느린 사람도,
각자의 리듬으로 사랑을 전한다.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 배웠다.
서툴렀던 만큼 오래 기억하고,
오래 기억한 만큼 천천히 자랐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끔 마음이 아릿하다.
그리움이라기보다는,
그때의 내가 너무도 솔직했기 때문이다.
솔직함이 언제나 현명함과 같지는 않지만,
그 시절의 용기는 분명 내 삶을 앞으로 밀어주었다.
내가 가진 최선을 그대로 내어놓던 태도,
서툴러도 기꺼이 걸어가던 발걸음, 행복을 믿던 눈빛.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재료다.
나는 여전히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함께의 속도를 맞추는 법,
다름을 다루는 법,
말이 닿지 않을 때 손을 건네는 법.
어떤 날은 잘 되고, 어떤 날은 서툴다.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는
신발을 벗고 뛰던 그날의 내가 산다.
젖어도 괜찮다고, 망가질까 봐 아끼기만 하면
아무 장면도 시작되지 않는다고,
조용히 등을 떠밀어주는 모습으로.
이 첫 장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문장은 간단하다.
사랑에 최선을 다한 나는, 충분했다.
잘했다는 말보다 그 문장이 더 정확하다.
누군가에게는 벅찰 수도 있었을 나의 진심이었지만,
그 진심 덕분에 나는 내가 누구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장을 넘길 수 있다. 조금은 젖은 발로,
그래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 이야기는 누군가의 완벽한 사랑을
증명하려는 기록이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이 사랑을 통과하며
배운 온도들에 대한 메모다.
설렘과 아픔, 반복과 회복,
그리고 다시 시도해보려는 마음.
언젠가 이 장면들이 누군가의 오늘을 조금 덜 춥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렇게 생각한다.
다들, 사랑을 한 번쯤은 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