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는 듯한 하루 속에서도, 마음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흔들리고 있다.
빛이 천천히 기울고,
바람이 아주 작은 입자로 흘러가며,
사람의 마음은
그 진동에 따라 미세하게 떨린다.
나는 그 흔들림을
이제야 느끼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는 세상이 멈춘 줄 알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을
견디지 못했다.
조용한 하루는
마치 의미 없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어서
세상의 미세한 떨림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창문을 반쯤 열어 두었다.
커튼이 아주 천천히 흔들렸다.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느린 속도였지만,
그 안에는 바람의 결이 있었다.
그 움직임을 따라 숨을 들이쉬었다.
내 호흡도 똑같이 느려졌다.
그 순간,
‘살아 있다는 건 아마 이런 일이구나’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조용히 알아차리는 일.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가끔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다.
감정이 식은 자리에 남은 공기,
그 안에서 여전히
아주 작은 파동이 일고 있다.
그건 새로운 감정의 시작이거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흔적이다.
나는 그 미세한 움직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는 흔들림이 불안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생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흔들린다는 건 아직 굳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아직 닫히지 않은 마음이
조용히 자신을 다시 정렬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요즘 나는 ‘가만히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
움직이지 않아도 움직임이 있다는 걸,
흔들리지 않아도 흔들림이 스며 있다는 걸.
하루가 특별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깨달았다.
삶은 큰 변화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변화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흔들림 속에서 자란다.
그걸 놓치지 않으려면
내가 조금 더 조용해져야 한다.
조용해질수록 세상은 선명해진다.
저녁이 되면 창가에 앉아
오늘의 흔들림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말투에서 느껴진 작은 온도 차이,
하루 동안 스쳐 간 바람의 결,
가슴 한켠을 스쳤던 짧은 떨림.
그 모든 것이 오늘을 만든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는,
결국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난 하루였다.
나는 이제 세상이 멈춰 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여전히,
아주 작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진동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진동 속에서
조용히 나를 맞춰 가고 있다.
가만히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나는 조금씩 살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