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머물던 자리
그날의 오후는 이상하게 길었다.
커피잔은 비워졌고, 대화는 끝났지만
그 사람의 온기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주 앉았던 의자,
팔꿈치가 닿았던 테이블의 가장자리,
웃음이 머물렀던 공기까지.
모든 것이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나는 괜히 컵을 천천히 돌렸다.
식은 커피의 표면이
창가의 빛을 받아 흔들렸다.
그 물결이 그 사람의 웃음 같았다.
잠깐의 시간이 이렇게 오래 머무를 줄 몰랐다.
헤어진 뒤에도 마음이
여전히 대화를 이어가는 것처럼,
나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 사람의 향기가 남은 자리를 지날 때마다
공기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그건 향수의 냄새가 아니라,
‘누군가가 여기에 있었던’ 시간의 냄새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온도를 느끼고 싶었다.
햇살이 기울며 테이블 위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그림자가 의자까지 닿았을 때,
나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왔을 때,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내 옷자락을 스쳤다.
그 온도가 그 사람의 손끝과 닮아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그 사람이 떠난 게 아니라,
내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걸.
시간이 흘러도 쉽게 식지 않는 온도,
그게 지금의 설렘이었다.